국민연금은 1988년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로 시작했다. 그리고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때 소득대체율을 각각 60%와 40%로 하향하는 모수개혁만 했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 때 기초연금을 도입한 것을 제외하고, 국민연금은 적자재정을 무려 17년 동안이나 방치했다. 자연스레 그 지속 가능성에 의구심이 든다.
1988년 도입 당시 소득대체율 70%를 만족시키는 보험료율이 30% 이상이었음을 감안할 때 그 10분의 1에 불과한 3%라는 낮은 보험료율을 적용한 초기 국민연금은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미리 빌린 돈을 돌려막다가 결국엔 파산하고 마는 ‘폰지사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따라서 연금개혁이란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후세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하향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세금과 마찬가지라고 인식하는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은 국민에게 인기가 없고, 새로운 법을 다시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까닭에 역대 정부는 이를 회피해 왔다.
하지만 2000년 전후로 연금개혁에 성공한 선진국들은 공통적으로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하향, 그리고 고령화와 경제 상황에 따른 연금 수급 연령 상향과 재정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했다. 1998년 스웨덴, 2000년대 초반 독일, 2004년 일본, 2000년대 후반 영국의 개혁이 대표적이다.
또한 이들은 모수개혁뿐만 아니라 구조개혁으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통합, 그리고 기업연금과 개인연금 활성화를 통한 노후생활 보장을 병행했다. 그 결과 이들 4개국 공적연금의 평균 보험료율은 19.6%, 실효소득대체율은 36.7%를 기록했다. 같은 기준으로 한국은 보험료율 9%, 실효소득대체율 31.2%로 보험료율 수치가 상대적으로 더 낮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한국 국민연금은 40년 가입 기준으로 소득대체율이 40%이고 보험료율은 9%지만, 이마저도 수지 균형을 위해서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선진국처럼 보험료율이 두 배 이상인 19% 정도로 높아져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여야의 연금개혁 합의가 무산된 것은 알려진 것처럼 소득대체율 1∼2%포인트 차이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구조개혁 논의가 전혀 진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초연금이 국민연금과 통합돼 가난한 노인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한다면 소득대체율 7.4%포인트 정도는 당장 높일 수 있다. 이를 포함하면 한국의 공적연금 실효소득대체율은 31.2%가 아니라 38% 이상으로 선진국 평균을 넘어선다. 굳이 수익자 부담 원칙이 기본인 국민연금에 직접 세금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기초연금이나 출산과 군대 크레디트, 그리고 연금 사각지대 해소 등 세금을 지원할 곳은 아주 많다. 앞으로 제대로 된 노후생활 보장을 포함하는 연금개혁을 원한다면, 그리고 거기에 세금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면 적어도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최소한의 구조개혁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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