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택 치료 중 숨진 11세 아들…정부 상대 소송 '패소'

입력 2024-09-05 10:49   수정 2024-09-05 10:50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재택 치료를 하던 11세 아들이 사망하자 유가족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민사27단독(최유나 판사)은 A군 부모 등 유가족 3명이 대한민국 정부와 인천시 남동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앞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확산한 시기였던 2022년 3월 25일. 당시 11세 초등학생 A군은 등교 준비를 하다가 이상 증세를 느꼈다. 자가 진단 키트로 검사한 결과,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다.

당시는 하루에 20만명 넘게 확진 판정을 받는가 하면 매일 300∼400명씩 코로나19로 숨지던 때다. 전국에서 병상이 모자라 모든 코로나19 환자는 재택 치료가 원칙이었다. 재택 치료자 중에서도 증상이 악화한 환자만 응급실을 이용하거나 병상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A군도 확진 후 재택 치료를 했다. 감염 엿새째인 같은 해 3월 30일, A군 어머니 B씨는 인천소방본부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아이가 지금 코로나에 걸려서 재택 치료를 하는데 (음식을) 너무 못 먹고 계속 잠만 자려고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119 상황실 근무자는 "의료상담하는 분이 지금 다른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급한 상황이 아니면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 달라"고 했다.

5시간 뒤 B씨는 다시 119에 연락해 호흡이 불편한 아들의 상태를 재차 설명했다. 그러나 119 상황실 근무자는 "저희가 가도 (병상 배정이 안 되면) 어차피 이송을 못 한다"고 거절하며 대면 진료를 할 수 있는 인근 병원을 안내했다.

B씨는 다음 날인 3월 31일에도 또다시 119에 전화해 "아이가 지금 너무 아파한다"고 호소했다. 그런데도 119 상황실 근무자는 "보건소에 연락해 병상을 배정해 달라고 요청하라"고 했다.

B씨는 119 상황실 근무자가 문자메시지로 보내준 재택 치료자 외래진료센터 3곳에 연락을 취했으나 "대면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답변받았다. 당시 코로나19 행정안내센터를 통해 연결된 보건소 관계자도 "자정에 자가격리가 해제되면 119에 연락해 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A군은 결국 자가격리가 해제된 시각 119구급대에 의해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렇게 A군은 13일 만에 사망했다.

그가 숨지고 한달가량 뒤 A군 부모 등 유가족 3명은 대한민국 정부 등을 상대로 총 5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냈다. 이들 가족은 소송에서 "(응급실 이송 직전 신고했을 당시) 119 상황실 근무자는 방역 지침에 따라 환자 상태에 관해 질문하지 않았다"며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건소 당직자도 '병상을 알아보고 있다'면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고 '119에 전화하라'고 안내했을 뿐"이라며 "국민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119 상황실 근무자와 보건소 당직자 등 공무원들의 직무상 과실로 A군이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전문 의료인이 아닌 소방 공무원은 유선 상담을 통해 제공된 제한적인 정보만으로는 A군이 응급환자라고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외래진료센터 목록을 문자로 전송한 행위는 당시 의료 여건에서 합리적인 조치였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보건소 당직자도 상급 기관에 병상 배정을 요청했다"며 "당시 상황에서 가능한 해결 방법을 원고 측에 안내하는 등 책임을 다한 것으로 보여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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