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거래로 확인된 예매 티켓은 주최 측의 권한으로 사전 통보 없이 취소 처리됩니다. 또한 공연 당일 현장에서 티켓을 소지하더라도 입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룹 god 측이 오는 27일 시작하는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부정 티켓 거래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라며 적발 시 공연을 볼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 NCT, 스트레이 키즈 등에 열광하는 1020세대 팬들이라면 "웬 god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god는 데뷔 25년 차인 지난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열린 콘서트를 3회 모두 전석 매진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KBS 대기획 일환으로 개최한 무료 공연의 공짜 티켓은 30만원으로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라오기도 했다. 기세를 이어 올해 콘서트 역시 전석 매진이다.
국내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브릿팝의 전설'이라 불리는 오아시스가 15년 만에 재결합 공연을 예고하자 콘서트 티켓이 되팔기(리셀) 시장에서 1000만원까지 뛰었다. 속절없이 치솟는 가격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수요·공급 등 변수에 따라 가격이 바뀌는 방식)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영국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정부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적용의 투명성 등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오롯이 자기만족, 취향에 따라 지갑을 여는 콘서트 티켓 구매는 10만~20만원대의 높은 가격 때문에 대표적인 사치 소비로 여겨진다. 그러나 사치라는 말이 무색하게 "없어서 못 산다"는 한탄과 함께 폭발적인 수요를 보이는 중이다. 얇은 지갑에 한숨을 쉬면서도 앞다퉈 '피켓팅(피 터지는 티켓팅)' 대열에 합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엔데믹 이후 오름세인 공연 수요는 올해 더 높아졌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 상반기 977만매의 티켓예매가 발생해 티켓판매액이 약 6288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부터 현재까지 공연 건수, 회차, 티켓예매수, 판매액 등 공연실적이 모두 꾸준히 증가했다. 억눌렸던 공연 소비 욕구가 엔데믹 전환과 함께 터져 나오며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블룸버그 역시 오아시스 열풍의 배경으로 오랜 기간 문화 소비를 하지 못했던 팬데믹의 여파를 꼽았던 바다.
'돈'보다는 '경험'을 우선시하는 소비 트렌드도 한몫했다. 이 역시 코로나로 대외활동이 줄어들었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야외 페스티벌의 흥행을 들 수 있다. 비싼 티켓 때문에 페스티벌을 다녀오면 라면과 김밥 등으로 끼니를 때워야 한다는 의미로 '유료 거지 체험'. '페스티벌 거지' 등의 밈까지 생겨났지만, 관객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올여름 19만9000원에 경기도 과천에서 열린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양일권 티켓을 구매해 다녀왔다는 30대 A씨는 "평소 EDM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 가까운 도심에서 해방감을 느끼기 가장 좋은 게 페스티벌이기도 하다"면서 "공연 퀄리티는 물론 멀리 나가지 않고도 지인들과 종일 먹고 즐기며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한껏 꾸미고 인증샷도 남길 수 있어서 큰마음 먹고 결제했는데 후회 없다"고 밝혔다.
특히 god, 오아시스를 좋아하던 4050세대는 이러한 비용 부담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티켓 가격보다는 흔치 않은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기회 자체에 더 가치를 두는 셈이다. 앞서 나훈아의 은퇴 콘서트에도 "암표가 얼마가 됐든 꼭 보러 가고 싶다"는 반응이 줄지었던 바다.
독일 뮌헨에 거주하는 오아시스의 한 팬은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영국이나 아일랜드로 갈 의향이 있다면서 "학창 시절에는 공연을 보러 갈 여력이 안 됐지만, 이제는 비용이 얼마가 들든 상관없다. 아이비리그 대학에 등록하는 것보다 콘서트 표를 구하는 게 더 어렵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이들 콘서트의 또 다른 흥행 이유로는 대중 소구력이 거론된다. 열성 집단의 파급력으로 판매량이 높아지는 팬덤형을 넘어 더 폭넓은 대중의 일반적 소비욕을 자극하는 상징성 있는 아티스트의 공연이라는 것이다.
30대 직장인 B씨는 한경닷컴에 "아는 오아시스 곡이 한 곡밖에 없지만 이번에 재결합 소식에 난리가 난 걸 보고 공연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유럽까지는 어렵지만 아시아 공연 지역이 발표되면 예매를 시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중가요계 관계자는 "폭발적인 화력을 만드는 게 팬덤의 힘이라면, 한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상징성과 누구나 아는 스테디셀러 곡을 보유한 대중성은 그 화력을 더 키우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그 시대를 모르는 연령층에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의미 있는 레전드의 공연에 가보고 인증하는 등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들까지 흡수하니 수요의 범위가 일부 집단에 쏠리는 팬덤형보다 훨씬 넓은 것"이라고 짚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