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공세에 어려움을 겪는 폭스바겐이 전기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4 활약으로 국내에서는 높은 판매고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이후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등 수입 전기차 판매량이 전월 대비 일제히 줄어든 것과 달리 폭스바겐은 전월 대비 판매량이 급증했다.
6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전기차 ID·4는 지난달에 전월 대비 156.6% 증가한 911대 팔렸다. 테슬라 모델Y(1215대), 테슬라 모델3(921대) 다음으로 많이 팔린 것으로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를 제외하면 사실상 수입 전기차 1위인 셈이다.
단일모델 기준 내연기관을 포함한 전체 수입차 판매량으로 보면 ID·4는 벤츠 E클래스, 모델Y, BMW 5시리즈, 모델3 다음으로 많이 팔린 차에 올랐다. 독일 브랜드가 내연기관 모델이 아닌 전기 모델로 국내 판매량 5위 안에 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테슬라의 모델Y·3은 판매량 1·2위를 기록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판매량이 각각 25.1%, 12.7% 줄었다. 이에 반해 ID·4는 전월 대비 판매량이 급증했다. 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대다수 수입 전기차들이 판매량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분위기다.
폭스바겐이 ID·4 탑재 배터리를 선제적으로 공개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안전에 대한 신뢰를 주려는 전략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ID·4는 국내 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그럼에도 폭스바겐그룹코리아는 이와 별개로 ID·4를 필두로 '접근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전기차'라는 전략을 내세워 한국 전기차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 수입 전기차지만 가격 측면 측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이오닉 등 국산 전기차와 견줘도 손색없는 수준으로 낮춰 대중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국고 보조금을 전액 받을 수 있는 가격대인 점 또한 ID·4가 한국 시장에서 갖춘 경쟁력 중 하나다. ID·4의 프로 라이트 트림은 국고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기준 금액 5500만원 이하(5490만원)다. ID·4는 새로운 보조금 기준인 주행거리, 배터리 효율, 재활용 가치 등을 충족해 수입 전기차 중 최대 금액인 492만원의 국고 보조금을 받는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하는 보조금까지 더할 경우 4000만원 초반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폭스바겐은 최근 정체된 전기차 시장을 돌파하기 위해 대대적 할인 정책까지 펼치고 있다. 신차 구매 정보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2023년식 ID·4의 할인율은 23.1%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내연기관 신차는 사실상 디젤(경유) 모델이 유일한 상황에서 전기차 ID·4로 한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당분간은 강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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