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05일 15: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포항공대(포스텍)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주식 부자'다. 보유한 포스코그룹 계열사 주식만 1조2000억원이 넘는다. 120억에 확보한 포스코퓨처엠 주식의 가치는 5000억원을 넘어섰다. 포항공대는 2000년 초반에 이들 주식을 확보한 뒤부터 20년 넘게 굴리면서 자산을 증식했다. 최근 모처럼 포스코그룹 계열사 주식을 매각하고 나섰다. 포스코DX와 포스코인터내셔널 지분을 20년 만에 전량 정리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학교법인 포항공대'는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고 포스코DX(지분 0.78%)와 포스코인터내셔널(0.14%) 지분을 전량 정리하기로 결의했다. 매물로 내놓은 지분가치는 전날 종가를 적용하면 453억원에 달했다. 포스코DX 지분이 353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 지분은 100억원이었다.
주식 매각 시점은 이사회 결의일로부터 내년 2월까지다. 처분 방식은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과 장내매매를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포항공대는 매각 중개업체로 삼성증권 등을 선정했다. 포항공대 관계자는 매각 배경에 대해 "대학 운영비와 '포스텍 2.0' 비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텍 2.0은 올해부터 2033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톱 대학'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항공대의 비전이다. 포스텍 2.0 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 지분을 추가로 매각할지도 관심사다.
포항공대는 포스코DX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물론 포스코홀딩스(2.27%)와 포스코퓨처엠(2.81%) 등의 지분도 보유 중이다. 전날 종가를 적용한 이들 보유주식의 가치는 1조2567억원에 이른다. 이들 상장사 네 곳의 취득원가를 2479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이들 상장사에서만 총 1조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거둔 셈이다.
종목별로 보면 포항공대의 포스코퓨처엠 취득원가는 120억원이다. 현재 평가액은 5320억원에 달했다. 평가차익이 취득액의 40배가 넘는다. 포스코홀딩스 지분가치도 취득가(2252억원)보다 대비 3배 넘게 뛰었다. 포스코DX와 포스코인터내셔널도 매입가 대비 2~5배 뛰었다.
포항공대는 2000년 포스코그룹으로부터 기부받은 현금 가운데 일부인 2000억원을 바탕으로 포스코홀딩스(당시 포스코) 주식을 사들였다. 포스코퓨처엠은 1985년부터 전신인 옛 포스콘 주식 등을 매입하면서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그룹 계열사 주식을 20년 넘게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공대는 포스코그룹 계열사 주식으로 매년 200억원 규모의 배당 수입을 올렸다.
포항공대는 이밖에 KT(0.15%) 애경케미칼(0.60%) 등 상장사 주식과 포스코건설(2.07%) 에트라2호사모투자합자회사(26.74%) 등의 비상장사 및 사모펀드 지분도 보유 중이다. 이들 주식과 펀드, 현금, 부동산 가치가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대학교가 주로 예금, 국공채로 굴리는 것과 달리 포항공대는 80% 이상을 주식으로 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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