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전극분야 강자 '씨아이에스'…"신기술·DX로 퀀텀점프" [원종환의 中企줌인]

입력 2024-09-09 08:59   수정 2024-09-09 10:10


전극 공정은 2차전지를 이루는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과정이다. 양·음극 활물질(리튬이온을 흡수·방출하면서 전기를 저장하거나 생성하는 소재)을 각각 알루미늄박과 동박에 덧입힌다. 활물질을 최대한 두껍고 균일하게 발라 건조한 뒤 전극층을 압착해 성능을 높이는 고난도 기술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씨아이에스는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스웨덴 노스볼트 등 국내외 2차전지 제조업체에 장비를 공급하는 '2차전지 전극 공정 제조 장비' 전문업체다. 금속박에 활물질을 코팅한 뒤 건조하는 코터, 전극 두께를 더 균일하게 압축하는 캘린더(롤프레스) 등을 생산한다. 2008년 국내 최초로 캘린더를 국산화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지난달에는 디스플레이용 검사장비 업체 SNU프리시젼을 흡수합병을 추진해 사세를 넓혔다. 김동진 씨아이에스 대표는 "매출 변동 폭이 큰 2차전지에 치우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라며 "SNU프리시젼의 정밀측정 기술을 코터, 캘린더 등의 장비에 접목해 효율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6공장 11월 본격 가동신기술 개발도 박차
씨아이에스는 기존 1·2공장에 준하는 2만 7438㎡ 규모의 3공장을 지난해 8월 대구 호산동에 준공했다. 지난해 11월 4·5공장을 확보한 데 이어 오는 11월에는 3만 7208㎡의 6공장도 가동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6공장을 가동하면 5000억에 달하는 연간 생산량이 7000억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전극 공정은 진입 장벽이 높다 보니 기존 업체에 수주가 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하이브리드 건조 코터'를 개발하며 신기술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이 코터는 레이저 건조 기술을 접목해 100m 길이의 생산 라인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김 대표는 "기존 코터처럼 고온의 바람으로만 오랜 기간 전극을 말리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라며 "생산 속도를 2배 단축해 전력비를 5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년간 시운전을 거친 뒤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프레스의 압력을 활용해 양·음극 가루 활물질을 곧바로 금속박에 입히는 차세대 기술 '건식 코터'도 개발하고 있다.

신사업으로 전고체배터리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배터리는 기존의 리튬이온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화재의 우려가 낮은 게 특징이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전고체배터리 전문 자회사 씨아이솔리드를 흡수합병해 생산 라인을 일원화했다"며 "파일럿(시험생산)에 그쳤던 전고체 소재를 양산화하기 위해 관련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PdM, ERP 등 DX 추진도 본격화
늘어나는 회사 규모에 발맞춰 디지털 전환(DX)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예지보전 시스템(PdM)을 전극 공정에 적용하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시스템은 코터, 캘린더 등의 장비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이상징후를 사전에 파악해 부품 교체 시기를 정확히 알려준다.



김 대표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등의 운영 시스템을 올해 안으로 재구축할 예정"이라며 "초기 단계인 DX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화큐셀과 에스에프에이(SFA) 등에서 30년간 일해 온 장비 제조 분야 전문가다. 지난해 4월 대표에 취임한 그는 직전까지 에스에프에이에서 연구개발(R&D)2센터장을 맡았다.

김 대표는 "씨아이에스가 2차전지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더 큰 도약을 해야 할 시점에 합류했다"며 "몰려드는 수주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정비와 기술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달려왔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실적, 상반기 웃돌 것"
김 대표가 취임한 이후 씨아이에스는 폭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취임 당시 270명이었던 채용 인원 지난 7월 기준 370명까지 늘었다.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각각 2289억원과 4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33%, 1919% 증가한 수치다.

김 대표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수주 잔고가 나쁘지 않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각종 악재로 다소 주춤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캐즘에도 경쟁력 확보와 신기술 투자에 집중하며 업계 최고의 회사로 키워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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