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 휴업을 도입한 지 12년이 지났다.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2012년부터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주말 휴업을 의무화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대형마트 강제 휴무로 인해 전통시장 매출은 늘지 않고 소비 증발만 가져왔다는 비판이 거세다. 규제 사각지대인 식자재마트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점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골목상권을 살리는데 대형마트 주말 의무 휴업은 적잖은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전통시장이 많은 지역에서 대형마트 규제론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대형마트 노동자가 휴일에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도 폐지 반대론의 주요 근거다. 대형마트 주말 의무 휴업을 완화해야 할까 아니면 그대로 둬야 할까.
대형마트 휴일 규제와 관련한 이해관계자 중 사회적 약자는 누구일까. 아마도 전통시장 상인들과 대형마트 노동자를 들 수 있다. 롤스 기준으로 보자면 이들에게 이익이 되면 바람직한 정책이다. 의도와 관계없이 민주당도 롤스 기준에 입각해 움직이고 있다. 송재봉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 18명은 지난달 8일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 중에서만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완화하려는 데 대항한 조치다. 의무 휴업일을 휴일에서 평일로 바꾸고 있는 지자체들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지난해 6월 일부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이 월 2회 공휴일을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로 지정하되 평일을 의무 휴업일로 정하려면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
대형마트 노동자와 영세 상인들은 이해당사자에 본인들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의무 휴업일을 휴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것을 반대한다. 휴일 영업을 하면 휴일에 쉬는 게 불가능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전통시장이 활성화된 곳에선 대형마트 주말 휴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강하다. 전남 여수시가 시민 17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의무 휴업일을 현행대로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로 유지하는 것에 936명(56%)이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만 해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쇼핑이 대세였다. 온라인 쇼핑 비중이 낮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온라인 쇼핑 매출을 따로 집계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상황이 백팔십도 달라졌다. 2013년만 해도 39조원이 넘던 대형마트 연 매출은 2022년에 34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시기 온라인 쇼핑 매출은 38조원에서 209조원으로 폭증했다. 온라인이 쇼핑의 중심이 되고 대형마트가 변방으로 밀렸다. 오프라인이 쇼핑 주도권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대형마트 휴일 영업을 막으면 전통시장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경제이론으로도 대형마트 휴일 영업 규제를 비판할 수 있다.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 전체 손실보다 이익이 크면 그 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칼도·힉스 기준’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휴일 대형마트 규제는 나쁜 정책이다. 주말 휴업으로 대형마트가 입는 손실이 전통시장 매출 증대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휴일에 대형마트 대신 전통시장을 택한다는 비율이 1.1~3.3%에 불과하다는 분석(서울연구원)이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결국 주말에 대형마트를 닫으면 소비 증발 효과만 커진다는 쪽으로 귀결된다.
마트 주말 휴업이 소비자 선택권을 박탈한다는 불만이 확산하면서 규제를 완화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지난해 2월 대구시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월요일로 바꾼 데 이어 같은 해 5월 충북 청주시가 수요일을 마트 휴무일로 정했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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