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06일 16:2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자금 상환 압박에 놓였던 폴라리스쉬핑이 경영권 매각과 신규 대출을 놓고 저울질한 끝에 메리츠증권한테서 급전을 빌리기로 했다. 이달 말까지 신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경영권이 사실상 채권자들이 넘어가는 대주주들의 상황을 이번에도 메리츠가 공략했다는 평가다. 메리츠 측은 금리와 주요 조건등을 추후 논의하는 '공란 계약서'로 대출확약서(LOC)를 발급했다. 업계에선 메리츠가 협상 주도권을 쥔 만큼 본격적인 조건 조율이 시작될 것이란 관전평이 나온다.
6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이날 오전 폴라리스쉬핑의 모회사인 폴라에너지앤마린(E&M)에 33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을 제공하는 대출확약서(LOC)를 발급했다. 메리츠 측은 금리를 포함한 주요 조건들을 공란으로 두고 LOC를 발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증권과 폴라리스쉬핑 양 측은 세부 조건 등에 대해 협의해 거래를 완료할 예정이다.
폴라리스쉬핑은 이번 신규 대출로 선순위 채권자인 칸서스자산운용의 잔금 약 517억원과 중순위 채권자인 NH PE-이니어스 컨소시엄의 원금 및 이자 약 2700억원을 상환할 계획이다. 앞서 폴라리스 측은 칸서스로부터 빌린 약 18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갚아야했는데,이 중 1283억원은 선박을 매각해 상환했다. FI들과 계약 조건에 따라 연간 지급해야할 이자만 14% 내외에 달해 자금압박에 시달려왔다.
폴라리스 대주주 측은 지난해부터 자신들의 경영권을 지키고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복수의 PEF와 물밑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해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와 협상이 한차례 무산된 뒤 SG프라이빗에쿼티(PE)에 영구 전환사채(CB) 발행을 위한 협의도 진행해왔다. SG PE는 약 13%(올인코스트 기준)의 보장수익률을 조건으로 펀딩에 나섰지만 출자자가 모이지 않아 자금 마련에 실패했다.
업계에선 이번에도 메리츠 측이 오너 측을 압박해 유리한 조건을 따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채권자인 NH PE-이니어스 컨소시엄의 만기는 내년 2월까지였지만 이달 30일까지 구체적인 상환계획을 밝히지 않으면 채권단이 회사의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사실상의 질권이 행사될 상황이었다. 5곳 내외의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FI들이 투자를 검토했지만 지분은 내놓되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조건을 고수해 협상이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점차 질권 행사 시한이 가까워지자 대주주 측이 메리츠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였을 것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시장에선 메리츠 측이 제시할 구체적인 조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리츠 측은 보장수익률과 구체적인 담보 등 핵심 조건 중 일부를 공란으로 둔 LOC를 폴라리스 대주주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공란으로 LOC를 끊어놓고 투심위에서 보장수익률을 높이지 않으면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한다며 여러 조건을 추가해 조건을 바꾸는 게 메리츠식 협상"이라며 "단독협상권을 쥔만큼 폴라리스 오너들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도 이제부터 시작될 것"아라고 말했다.
협상 과정에서 메리츠 측이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요구하거나, 경영에 참여하는 조건 등을 내세우면 딜이 깨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업계에선 메리츠 측이 요구하는 금리가 최소 15%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15% 선에서 정해진다면 폴라E&M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매년 500억원에 이른다.
폴라E&M은 폴라리스쉬핑의 지배회사로 이자를 내려면 폴라리스쉬핑에서 배당을 받아야 한다. 폴라리스쉬핑이 배당을 하려면 선박금융 대주단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폴라리스쉬핑 오너는 현재 회사 경영권 방어를 위해 폴라시스쉬핑의 자금 약 500억원을 폴라E&M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차준호 / 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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