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가 만들었지만 싫어할 수 없는 캐릭터로 승부"

입력 2024-09-07 09:00   수정 2024-09-09 15:50

“통신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잖아요. 통신사가 만들었지만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 없는 존재를 만들어서 새로운 마케팅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LG유플러스 캐릭터 ‘무너’를 기획 총괄한 김다림 LG유플러스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담당은 9일 이렇게 말했다. 무너 기획 단계부터 관련 사업 전반을 주도한 김 담당은 ‘무너 엄마’로 불린다. 무너는 빨간 초장을 모자처럼 뒤집어쓴 문어다. 요즘 20~30대 사이에서 인기 캐릭터로 꼽힌다.

김 담당은 “올해 들어 오프라인 곳곳에서 무너를 볼 일이 많아졌다”며 “무너 캐릭터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하고 싶다며 문의하는 기업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발생한 무너 관련 매출은 4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관련 굿즈(상품) 판매는 물론이고 스포츠·엔터테인먼트·유통·식음료 기업과의 제휴 등이 매출로 이어지면서다.

무너의 성공은 LG유플러스 내에서도 ‘예상 밖의 일’로 관심을 모았다. 사업 초기만 해도 ‘뭐 하러 그런 데 돈을 들이느냐’는 식의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고 김 담당은 회상했다. 김 담당은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에겐 20~30대 잠재 이용자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게 중요했다”며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20~30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엔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제격일 테니 믿고 맡겨달라고 경영진을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너의 인기 비결로 ‘공감 능력’을 꼽았다. 무너는 취업한 지 얼마 안 돼 일터에서 좌충우돌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20~30대 사회초년생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무너 이름을 활용해 ‘무너지지마’라는 응원 캠페인도 진행한다. 김 담당은 “본캐(본래 캐릭터)와 부캐(부가적인 캐릭터)를 넘나드는 것을 좋아하는 20~30대처럼 무너도 모자를 초장에서 와사비 등으로 바꾼다”며 “실수가 많지만 계속 도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캐릭터 스토리가 공감을 얻으면서 팬층이 생겨난 것 같다”며 “캐릭터를 보며 힘을 얻는다는 반응이 많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는 무너 IP를 확장하는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무너가 등장하는 웹툰을 제작한 데 이어 애니메이션화까지 검토 중이다. 김 담당은 “기업 캐릭터가 회사 이미지를 위한 수단이던 시절은 지났다”며 “무너 자체만으로도 중장기적으로 굵직한 매출을 올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무너 굿즈만 해도 올해 상반기 230여 종으로 늘어났다. 하반기에도 100여 종을 추가할 예정이다. 그는 “추후 ‘무너샵’처럼 고정적으로 굿즈를 구경하고 살 수 있는 매장을 운영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며 “돈을 벌면서 마케팅할 수 있는 모범 사례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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