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금 고갈 후 연금 지급에 필요한 보험료율이 27%에 달한다고 정부가 6일 밝혔다. 미래세대의 부담이 급증하는 만큼 신속한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면서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브리핑을 통해 "국민연금이 이대로 운영되면 2056년에 연금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며 "만일 개혁 없이 그대로 지속한다면 (기금 고갈 후) 그 해 지출만큼을 충당하기 위해 걷어야 하는 보험료율이 27.1%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그러면서 "이러한 보험료율을 바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지금부터 (연금 제도를) 개혁해 부담과 비용을 조금씩 나눠가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정부가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최초의 단일 안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정부안에 대해 앞으로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부 개혁안의 주된 내용은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까지 인상하고, 2028년 40%로 인하될 예정인 소득대체율은 42%로 높이는 것이다. 보험료율 인상 폭의 경우 50대는 1%포인트(4년간), 40대 0.5%포인트(8년간), 30대 0.33%포인트(12년간), 20대 0.25%포인트(16년간) 등 세대별로 다르게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차관은 또 정부가 검토하기로 한 자동조정장치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다수가 이미 도입하여 운영하는 선진국형 제도"라고 설명하며 "우리도 36년 전 설계된 '70세 시대' 연금에서 이제는 '100세 시대'에 걸맞은 연금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자동조정장치는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 수, 연금을 받는 수급자 수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연금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장치다. 가입자 수가 줄고 수급자 수가 증가하면 물가에 따라 늘어나는 연금 상승 폭을 억제해준다. 일본 스웨덴 핀란드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에서 도입했고, 정부도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안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2%로 높이며 기금 수지균형(낸 보험료=받는 연금액)을 맞추려면 내야 할 보험료율이 20.7%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해도 수지균형을 달성하기 어려운 만큼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 차관은 "지금도 하루에 885억원의 기금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가장 좋은 백신은 우리 국민들이 가장 빨리 맞는 백신인 것처럼 연금 개혁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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