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혈 없이 손가락에 감싸면 '당 측정'

입력 2024-09-06 17:21   수정 2024-09-13 18:53

평소 비타민이나 포도당 수치, 혈압 등을 재고 싶으면 병원이나 보건소에 가야 합니다.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하고, 혈압 측정기를 활용해 팔을 조여 혈압을 재는 식이죠. 최근에는 굳이 병원에 가서 채혈하지 않아도 간편하게 건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특수 장치로 손끝을 감싸는 것만으로도 포도당 수치가 측정되거나, 반지 모양의 의료기기를 끼고만 있으면 혈압이 재지는 식이죠.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손가락 랩’(사진)을 개발해 지난 3일 저명한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발표했습니다. 손가락 랩의 원리는 이렇습니다. 손가락에는 1000개 이상의 땀샘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계속해서 땀이 생성됩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휴식을 취할 때도 몸 다른 부위에 비해 10~1000배가량 많은 땀이 나온다고 합니다. 손가락 랩은 바로 이 땀에서 각종 지표를 수집합니다.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신축성이 있는 폴리머 소재에 전자 부품을 붙여 손가락 랩을 만들었습니다. 이 랩에 땀이 닿으면 땀 속 화학물질이 전기 신호로 전환돼 포도당, 비타민C, 젖산 등을 모니터링하는 방식입니다. 연구 참여자들은 하루 종일 손가락 랩을 착용하고 식사 중 포도당 수치, 근무 중 젖산 수치, 오렌지 주스를 마실 때 비타민C 수치 등을 추적했습니다. 또 블루투스 기능을 사용하면 이런 수치값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논문을 작성한 조세프 왕 교수는 “손가락 랩은 손가락 끝에서 작동하는 지속적인 땀 감지 시스템”이라며 “바이오센서와 여러 전자 제어기, 유체 마이크로채널을 손끝으로 통합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피가 아니라 침으로 혈당을 재는 기술도 나왔습니다. 국내 반도체 기업 동운아나텍이 개발 중인 ‘디살라이프’는 침 기반 혈당 측정기기입니다. 시스템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피보다 농도가 55배가량 묽은 침에서도 당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입니다. 공복 상태뿐 아니라 식후에도 당을 측정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혈압을 손쉽게 재는 기기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스카이랩스의 스마트반지 혈압계 ‘카트비피’가 대표적입니다. 카트비피는 지난해 3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최초의 반지형 연속혈압계입니다. 혈압을 정확하고 편하게, 그것도 24시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카트비피는 광센서를 이용해 혈류 데이터를 얻는 원리이며, 임상연구에서 정확도가 기존 자동혈압계와 거의 동등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현재 대웅제약이 유통을 맡고 있으며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급여를 받아 정식 출시됐습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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