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원서동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최종철 연세대 명예교수(사진)는 “셰익스피어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 중 하나지만 원전의 운문 형식을 제대로 살려 번역한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국내 최고 셰익스피어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번 전집은 총 10권으로, 최 교수가 1993년 ‘맥베스’를 시작으로 운문 번역 작업에 매진한 지 30여 년 만에 완간됐다.
셰익스피어 희곡은 대사의 절반 이상이 운문 형식으로 이뤄졌다. ‘맥베스’는 95%가 시 형식의 대사고 ‘오셀로’는 80%, ‘햄릿’과 ‘리어왕’은 75%다. 최 교수는 원전의 운문 형식을 살리기 위해 셰익스피어의 ‘약강 오보격’(음절의 약강이 시 한 줄에 연속으로 다섯 번 나타나는 형식)을 우리 전통시 기본 운율인 3·4조에 적용해 번역했다.
최 교수는 “같은 동아시아권인 일본어, 중국어와 비교했을 때 한글은 셰익스피어가 표현한 영어의 리듬을 충실하게 구현하기에 적합한 언어”라며 “번역된 문장을 소리 내 읽어 보면 그 리듬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집 10권은 셰익스피어의 이른바 ‘4대 비극’(햄릿·오셀로·리어왕·맥베스)을 포함한 비극 10편과 희극 13편, 역사극과 로맨스 등 15편, 시 3편, 소네트 154편 등으로 이뤄졌다. 2014년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맞아 4대 비극과 희극, 소네트 등으로 이뤄진 다섯 권을 출간했고 10년 만에 문제적 비극과 로맨스, 사극 작품 등을 수록한 다섯 권을 추가로 내놨다.
최 교수는 “셰익스피어가 살리고자 한 리듬을 그대로 구현한 이번 번역을 앞으로 국내 연극계에서 대본 등에 잘 활용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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