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주관으로 열리는 세미콘 행사는 미국, 중국, 유럽, 한국 등 여러 지역에서 매년 개최된다. 세미콘 타이완은 27년 역사를 자랑하긴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만의 소부장 기업 위주로 작게 치러졌다. 불과 1년 만에 글로벌 국제 행사로 도약한 것이다.
대만은 지난 6월에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가 대만 컴퓨텍스에 참석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행사장 곳곳을 취재하면서 대만의 자신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아시아의 반도체 대장은 대만’이라는 그들의 웅변이 과장만은 아닌 듯했다. 전 세계에서 관람객이 몰려들면서 전시장 주변 호텔 방값이 평소보다 최대 7배 치솟았을 정도다.
대만 반도체산업의 위상이 높아진 건 그들의 ‘슈퍼을’ 전략 덕분일 것이다. TSMC는 고객사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최상으로 만들어주는 파운드리 분야 1위 회사다. TSMC 없이는 AI산업이 돌아가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것만이 아니다. 대만에는 설계, 후공정 등 반도체 전체 생태계가 골고루 갖춰져 있다. 미디어텍, ASE 등 글로벌 기업이 수두룩하다. 대만은 후공정 산업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만 정부의 열정이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한 외국계 기업은 “전 세계 반도체 핵심 관계자들이 대만을 방문하는 이유는 파트너사가 많은 데다 대만 정부는 무엇을 얘기하든 말이 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만이 정부 차원에서 자국 반도체산업을 알리는 데 총체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선두주자 SK하이닉스의 김주선 인프라 사장도 “올해 해외 국가 중 대만을 가장 많이 방문했다”며 대만을 치켜세웠다. “이러다 한국 기업들이 대만에 몰려가서 전시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기업 관계자의 말이 괜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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