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은) 돌고 돌아 젠지 e스포츠와 T1”이라는 지난 2년 반 동안 이어진 국내 리그오브레전 e스포츠 프로 리그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의 명제가 깨졌다. 지난 7일 경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 서머 스플릿 결승 진출전에서 한화생명e스포츠가 T1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3 대 1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이번 서머 결승전은 젠지와 T1이 아닌 젠지와 한화생명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두 팀은 오늘(8일) 경주 실내체육관에서 우승컵을 놓고 결전을 벌인다.
지난 2022 LCK 스프링부터 올해 스프링까지 LCK 결승엔 젠지와 T1만이 올랐다. 한화생명은 지난 스프링 아쉬운 실패를 딛고 여름에 양 팀의 ‘결승 독점’을 무너뜨렸다. 지난 스프링에선 한화생명이 결승 진출전에서 T1에게 패했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한화생명 '파괴 전차'가 또 다른 관례를 부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바로 지난 2022 서머 스플릿부터 올해 스프링까지 4연속 우승을 차지한 젠지의 ‘5연속 우승’(파이브 핏)을 저지하는 것이다.
정규리그 1위 젠지(17승 1패)와 2위 한화생명(14승 4패)의 대결이지만 양 팀의 상대 전적에선 한화생명이 열세다. 한화생명은 올해 봄 대회부터 현재까지 젠지에게 전패 중이다. 가장 최근에 만난 서머 플레이오프(PO) 3라운드 승자조 대결에선 세트 스코어 0 대 3으로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한화생명이 지난 스프링과 달리 T1을 꺾은 만큼 또 한 번 봄과는 다른 엔딩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이를 위해선 한화생명의 사령관인 정글러 ‘피넛’ 한왕호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왕호는 2015년에 데뷔해 올해 9주년을 맞이한 베테랑이다. T1의 전신 SK텔레콤 T1, 젠지는 물론 중국리그 LPL 등을 두루 거친 경력만큼 단단함을 자랑한다. 지난 2023년에는 젠지에서 활약하며 국내 리그를 제패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또 한 번 친정 팀을 넘어서는 선봉이 돼야 한다.
이번 시즌도 한왕호는 한화생명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 중이다. 그는 LCK 2024 서머 정규리그에서 POG(Player of the Game) 포인트 800점으로 팀 내 1위다. 전체 선수 중에서도 KT 롤스터 ‘비디디’ 곽보성과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지난 7일 T1과의 결승 진출전에서도 뽀삐로 활약하며 1세트와 3세트 POG를 차지했다.
다만 한왕호가 넘어야 할 상대 역시 만만치 않다. 젠지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는 정규리그 POG 포인트가 1000점으로 2위다. 1위 역시 젠지 원거리 딜러 ‘페이즈’ 김수환(1100점)이다. 김건부는 지난 PO 3라운드 젠지와 한화생명의 대결에서 니달리, 스카너 등으로 맹활약하며 한왕호의 설계를 저지한 바 있다.
오늘 누가 우승 컵을 차지하더라도 LCK에는 새 역사가 쓰인다. 젠지가 우승할 경우 LCK 최초로 5연속 우승에 성공한다. 이 경우 젠지는 올해 열린 라이엇 주관 모든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젠지는 현재 LCK 스프링과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 정상에 올랐다. 한화생명이 이길 경우 2018년 인수 창단 이후 처음으로 LCK를 제패하게 된다. 한편 오늘 우승한 팀은 LCK 1번 시드로 유럽에서 열리는 2024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출전한다. 준우승 팀이 2번 시드가 된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