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축소한 가운데 신용대출까지 제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가계대출 급증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에 대비해 추가적 조처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은 주택가격 상승세에 따라 주담대와 신용대출 모두를 활용해 주택구입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계대출 급증세가 계속되는지 여부와 주담대 외의 대출에 풍선효과가 나타나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달 들어 가계의 대출한도를 더욱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를 시행한 데 더해 수도권 주담대에 대한 스트레스 금리를 더 높게 적용해 대출한도를 더 조였는데도 가계대출 급증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로 신용대출까지 조이겠다는 계획이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신용대출에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적용, 대출한도를 연소득 내로 묶어버리는 방법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150% 수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를 100% 이내로 줄인다는 것이다. 앞서 3년 전 영끌·빚투(빚으로 투자) '광풍' 당시 정부는 행정지도를 통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내로 축소한 적이 있다.
이미 KB국민은행은 9일부터, 신한은행은 10일부터 신용대출을 최대 연소득까지만 내주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아울러 DSR 산정 시 신용대출에 적용하는 만기를 현행 5년에서 추가로 축소해 전체적 대출한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현재 소득의 최대 1.8배 수준인 한도가 역시 더욱 축소될 수 있다.
나아가 연말까지는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응할 수 있는 핀셋규제를 추가로 제도화하거나 내년 하반기로 미룬 3단계 스트레스 DSR의 조기 시행 등도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수도권 중심으로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한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에 따른 풍선효과가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에까지 나타날지 점검에도 나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에서 신용대출이 막히는 경우, 저축은행 신용대출이나 카드사 카드론 쪽으로 풍선효과가 있는지 다음 주부터 하루 단위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들어 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 보험업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감과 선행지표인 대출 신청 건수를 하루 단위로 점검 중이다.
이에 더해 다음 주부터는 저축은행이나 카드사들이 주로 취급하는 2금융권 신용대출까지 풍선효과가 나타날지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민들이 급전용으로 쓰는 카드론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여기에 주택 구입을 위한 수요가 더해지는지 주시할 예정"이라며 "서민 급전을 막으면 안 되겠지만, 추이를 보면서 '영끌'을 위한 수요가 감지될 경우 카드론 한도 축소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3년 전 영끌·빚투 당시에는 카드론까지 끌어다 쓰는 현상이 감지된바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7월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2천266억원으로 역대 최다였던 6월(40조6059억원)보다 6206억원가량 늘었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가계대출 억제 조처를 강화하면서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는 이미 일부 감지되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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