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과, 호텔경영학과로 유명했던 세종대는 이제 신입생 10명 중 7명이 공대에 입학하는 이공계 중심 대학으로 개편했습니다.”
8일 서울 능동 캠퍼스에서 만난 엄종화 세종대 총장은 “2030년 글로벌 랭킹 100위 내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월 25일 취임한 그는 서울대에서 물리학 학·석사를,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정통 물리학자로 공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세종대는 지난해 THE 평가에서 국내 8위, 레이던 랭킹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학과 구조조정도 시작했다. 엄 총장은 “학과 평가를 통해 경쟁력 있는 학과의 학생 정원을 늘렸다”며 “어느 순간 이공계열 비중이 6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작년에는 윤석열 정부의 첨단학과 증원 정책에 따라 첨단학과 정원이 208명 늘어났다. 이에 입학생 2564명(2024년 기준) 가운데 68%가 이공계 학생이 됐다.
이공계열 연구 환경 마련에도 힘을 쏟았다. 세종대는 학교와 30분 거리에 있는 경기 광주시에 연구 특화 캠퍼스를 짓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 시설을 가동한다.
엄 총장은 “학력과 같은 정량적 스펙보다는 산업에서의 활약상, 해외 대학 강의 경험, 국책 연구기관 경험 등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현재 시장에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산업 트렌드가 무엇인지 학생에게 정확하게 알려주는 교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직 교수의 창업을 장려할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다양한 창업 활성화 프로그램이 있지만 낮은 임대료로 공간을 빌려주는 것만으로는 창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이보다는 창업정신을 키워야 하는데 현재 대학이 직업인 양성소처럼 돼 구성원의 자유로운 생각을 막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엄 총장은 “지금까지 30개 가까운 교수 창업 회사가 생겼지만 제대로 벤처 투자를 받고 매출을 내는 기업은 거의 없다”며 “연구를 많이 하면 수업을 감면해주는 것처럼 창업 특화 교수 제도를 수립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 총장은 이공계를 중요시하지만 인문학적 소양 역시 필수로 갈고닦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를 통해 지식 패러다임 전환을 이해해야 기술 연구의 의미가 비로소 생긴다”며 “역사, 철학 등 인문학을 강화해 학생들이 사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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