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 징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정례회의를 열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 전 대법관을 제명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보류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선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그를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관철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징계규칙(19조)에 따르면 징계위는 징계 대상자가 해당 혐의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 사건이 확정될 때까지 심의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 다만 징계 사유에 대한 명백한 증명 자료가 있다면 심의를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징계위 주임조사위원이 낸 보고서에서도 재판에 앞선 징계 필요성이 명시됐다”며 “징계위가 기존 관행을 다소 기계적으로 적용한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권 전 대법관의 징계 사유는 대장동 사건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다. 검찰은 그가 대장동 개발 시행사인 화천대유에 대한 두 건의 소송에서 변호사 수임 없이 일곱 차례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1월부터 8월까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으로부터 답변서 검토를 의뢰받은 뒤 초안을 받아 법리를 보강하고 일부 표현을 바꾸는 등 조력했다는 게 핵심이다.
현행법상 변호사 등록 없이 관련 활동을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권 전 대법관은 2022년 12월에야 변호사로 등록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7일 권 전 대법관을 이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뒤 변협에 징계 절차를 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향후 상고심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변호사에게 징계 사유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변협에 징계 개시 신청을 해야 한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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