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선글라스·400g 미니 컴퓨터…'860조' 웨어러블 시장 열린다

입력 2024-09-08 18:32   수정 2024-09-09 01:08


이탈리아의 안경 제조사 룩소티카는 독일 베를린에서 지난 6일 개막한 유럽 최대 국제가전박람회 ‘IFA 2024’에서 신개념 스마트 선글라스를 선보였다. 미국 빅테크 메타가 레이밴이라는 브랜드에 자사 인공지능(AI) 기능을 도입한 선글라스다. 2021년 협업을 선언한 후 최신 버전을 이번에 공개한 것이다. 메타의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를 적용한 선글라스는 렌즈를 통해 사용자가 궁금해하는 거의 모든 것에 답을 내놨다. “저기 빨간색 건물이 뭐야” 같은 ‘자연어’(일상 언어)까지 알아듣는다. 안경에 달린 렌즈로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도 가능하다. 페이스북 연동을 염두에 둔 메타의 전략이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IFA의 핵심은 ‘웨어러블 AI’로 집약됐다. 옷에 부착하거나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아주 작은 정보기술(IT) 기기에도 AI 기능이 들어갔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내놓은 ‘갤럭시 링’이 경쟁을 촉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기와 사람이 하나가 된다”
8일 전시장에서 만난 한 바이어는 IFA 출품작을 두고 “기기와 사람이 하나가 되는 진정한 웨어러블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전통적인 가전의 틀을 넘어선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가 출현하고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글라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2010년대 초반부터 스마트글라스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증강현실(AR) 기능만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현재 산업용으로 대부분 전환했다”며 “메타의 레이밴 선글라스는 패션으로서 선글라스 기능을 잃지 않으면서 AI를 적용해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사용성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플라우드는 챗GPT를 도입한 초소형 녹음기 ‘노트핀’을 공개했다. 무게 25g, 세로 5.1㎝, 가로 2.1㎝, 두께 1.1㎝에 불과해 새끼손가락 크기만 한 노트핀은 목걸이처럼 걸거나 브로치로 양복에 달 수 있다. 성능은 AI폰 못지않다. 녹음은 20시간 연속 가능하고, AI가 녹음 내용을 텍스트로 만들어 스마트폰에 저장한다. 가격은 169달러다.

한 손에 들어온 게이밍 PC
전문가들은 IT 기업이 가전 범위를 ‘집’에서 ‘몸’으로 확장했다고 입을 모은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집 안 가전을 하나로 연결하는 ‘AI 홈’을 넘어 소비자가 밖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IT 기기에도 AI를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브리지, 마켓리서치 등에 따르면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 시장은 2031년 6438억달러(약 86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IFA 2024에서 ‘올해의 혁신상’을 받은 중국 테크노의 ‘포켓고’가 대표적이다. 조이스틱과 헤드셋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웬만한 최신형 컴퓨터 성능을 누릴 수 있다. 무게는 400g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나온 웨어러블 컴퓨터 중에선 가장 가볍다. 테크노 관계자는 “215인치 초대형 텔레비전을 6m 거리에서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며 “마이크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스크린으로 선명하고 끊김 없이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의 신체 기능을 보완해준 제품도 눈에 띄었다. 일본 업체 비션(ViXion)은 사용자가 착용한 순간 근시·원시·노안 등에 맞춰 초점을 자동을 조정해주는 ‘비션01’을 선보였다. 에스토니아 헬스케어 기업 럭스사나트는 미주신경을 자극해 뇌 성능을 향상하는 헤드셋으로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IFA 전시장에서는 갤럭시 링과 비슷한 웨어러블 링도 곳곳에 볼 수 있었다. 프랑스 웨어러블 스타트업 서큘러는 심박수, 혈중 산소 농도, 칼로리 소모 등 일곱 가지 신체 활동을 측정하는 실버 재질의 서큘러링 슬림을 공개했다.

베를린=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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