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미국 뉴욕에서 같은 시기 열린 아트페어 두 개가 ‘정면 승부’를 벌였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9월 4~8일)과 30년 전부터 ‘세계 미술의 수도’ 뉴욕을 대표해온 아모리 쇼 얘기다. 둘 중 승자는 놀랍게도 서울이었다.
두 아트페어에 모두 참가 허가를 받은 갤러리 대다수가 ‘레드 오션’인 뉴욕 대신 성장 가능성이 큰 서울을 택했다. 그 결과 KIAF-프리즈가 상업성과 예술성 모두에서 아모리 쇼를 눌렀다는 게 글로벌 미술계의 평가다. 뉴욕 기반 미술 전문 매체 아트뉴스의 평가는 단호했다. “아모리 쇼는 프리즈 서울에 밀려서인지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서로 구별하기도 힘든 그저 그런 수준의 그림이 넘쳐났다. 반면 프리즈는 출품작과 판매 분위기 모두 흠잡을 데 없었다.”
니콜라스 파티의 ‘커튼이 있는 초상화’(약 33억원)와 게오르그 바젤리츠(약 14억원), 이우환(약 16억원)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판매 작품 가격은 수천만~수억원이었다. 한국 갤러리와 작가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갤러리현대는 전준호의 작품 7점을 판매해 5억원 이상의 판매액을 기록했고, 조현화랑도 이배의 작품 10점을 총 7억5000만원가량에 팔았다. 리만머핀은 이불의 작품을 2억8000만원가량에 판매했다.
국내외 미술 관계자들은 “한국 관람객과 컬렉터의 수준이 높아지고 취향이 다양해졌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폴 파이퍼의 조각상을 판매한 폴라쿠퍼갤러리의 앤서니 앨런 파트너는 “1회 프리즈 서울에 참가한 이후 올해 판매가 가장 좋다”며 “한국 관람객들의 호기심과 학구열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강점으로는 강력한 ‘미술 생태계’가 꼽힌다. 7일 광주광역시에서 개막한 광주비엔날레가 KIAF-프리즈의 흥행에 도움을 준 게 단적인 예다. KIAF-프리즈 행사장 곳곳에서는 광주비엔날레를 찾을 예정이라는 기관 관계자와 작가, 큐레이터 등을 자주 찾아볼 수 있었다. 알렉산더 먼로 구겐하임 수석학예관 겸 국제관계디렉터는 프리즈의 학고재갤러리 부스를 방문해 분청사기 작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도리안 버겐 ACA갤러리 공동대표는 “뉴욕을 비롯한 미국 기관의 큐레이터와 디렉터를 현장에서 아주 많이 봤다”며 “앞으로 미술 도시로서 서울의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유승목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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