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 버림받으면 어쩌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의 공동 개최가 확정된 2021년, 미술계 안팎에서는 이런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다. 두 행사를 함께 열기로 한 기간은 5년. 프리즈를 통해 들어온 해외 유력 화랑들이 국내 컬렉터를 ‘충성 고객’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 후 프리즈 서울이 KIAF를 버리고 단독 개최를 선언하면 KIAF는 ‘동네 장터’로 전락하고 국내 화랑들은 고사할 것이라는 게 화랑가의 우려였다.
세 번째 KIAF-프리즈가 8일 막을 내리며 5년 공동 개최의 반환점을 돈 지금, 이런 우려는 기우로 결론 나는 분위기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계속 KIAF와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를 만들어 나가고 싶고, 아마도 5년 더 계약을 연장할 것 같다”고 했다. 국내 미술계엔 자신감이 붙었다. 미술계 관계자는 “프리즈가 서울에서 빠져도 상관없다”며 “그렇게 되면 라이벌 아트바젤이 즉시 서울에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분위기가 바뀐 가장 큰 이유는 KIAF 행사의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8일 KIAF에 따르면 올해 관람객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7만여 명)이었다. 하지만 부스 크기가 커지고 동선이 최적화돼 체감 혼잡도는 확 떨어졌고 갤러리와 작품 수준은 높아졌다는 관람객 평가가 많았다. 이 덕분에 행사 마지막 날 썰렁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행사장은 폐막일까지 사람들로 붐볐다. 3년 차에 접어들어 KIAF와 프리즈의 ‘역할 분담’이 자리 잡기 시작한 영향도 있다. KIAF와 프리즈에 각각 부스를 낸 한 갤러리 관계자는 “프리즈에서는 갤러리의 역량을 보여주고 판매는 KIAF에서 주로 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쓰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폭스 CEO는 내년부터 KIAF-프리즈와 같은 기간에 아트페어를 열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일본 아트페어 도쿄 겐다이에 대해서는 “별 영향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성수영/김보라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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