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중재자 맡은 한동훈…의료계 설득은 더 '고차방정식'

입력 2024-09-08 18:37   수정 2024-09-09 01:14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사진)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대통령실이 수용하면서 한 대표가 의정 갈등 중재자로서 주도권을 잡게 됐다. 하지만 의료계를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건 당정 갈등 해소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의료계가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 ‘대통령 사과’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등 하나같이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항을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8일 “이번 협의체는 여당이 주도하고 정부는 참여하는 형태”라며 “의료계에서 누가 참여할지도 여야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여야 정책위원회 의장은 추석 연휴 전 1차 회의 개시를 목표로 협의체 구성과 운영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 6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나란히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모처럼 당정이 일치된 모습을 보였다. 한 대표가 제안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 요청을 정부가 사실상 수용하면서 한 대표에게 힘이 실렸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가 정책 주도권을 쥐면서 원외 대표의 한계로 지적된 당 장악력에서도 활로가 생겼다”고 말했다.

문제는 의료계와 야당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이미 모집 정원을 발표한 2025년 증원까지 백지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당초 정부와 비슷한 입장이던 더불어민주당 역시 “2025학년도 정원도 열어놓고 논의해야 한다”며 태도를 바꿨다. 민주당은 의료계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차관 등에 대한 문책 및 경질도 요구하고 있다. 의료계 참여는커녕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도 난항이 예상되는 이유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어느 정도의 재량권을 부여받고 대화에 나서느냐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설지연/양길성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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