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포퓰리즘 하겠다"…세계관 위기에 뭉친 '젊치인들' [인터뷰+]

입력 2024-09-09 10:52   수정 2024-09-09 10:53


"자유주의를 중심으로 '무(無)쓸모' 정치의 대안을 찾겠다"며 젊은 세 정치인이 뭉쳤다. 김지나 국민의힘 수도권비전특별위원회 위원(전 경기도의원), 이기인 개혁신당 수석 최고위원, 이석현 전 청와대 행정관(가나다순)이 그들이다.

세 사람이 공동대표를 맡은 'AGENDA(아젠다) 27'은 오는 2027년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할 의제를 다루겠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지었다. 국민의힘에서 김재섭·윤상현 의원이, 개혁신당에서는 천하람 의원이 참석해 오는 12일 처음 열리는 공개 행사는 '보수가 망한 이유'라는 제목으로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단단한 개인'의 저자 이선옥 작가가 나서 대담을 진행한다.

왜 이런 모임을 만들게 됐는지, 무엇을 향해 달려가는지, 현재 정치권의 문제를 무엇이라고 보는지, 세 사람을 만나 들어봤다.

Q. '아젠다 27', 어떤 곳인가. 무엇을 할 예정인가?

김지나 : 실제 정치에 발을 들여보니까 기준 없이 정책 제안을 한다거나, 철학이나 어떤 공부도 없이 그때그때 시효에 따라 판단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정치 철학을 가진 사람들을 키우고 함께 성장하고자 한다.

이기인 : 대한민국 정당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서로 선을 넘지 않고, 상호 진영에서 존중할 건 존중하고, 정당마다 추구하는 이념적 사고들이 실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기능을 잃어버리고 상대를 악마화하고 죽이려는 데 매몰되어 있다. 이걸 타개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27개의 현안을 선정해서 논의를 해보고 싶다는 게 일차적인 목표다.

최근 정치는 자유의 위기다. 6.25 어르신 세대에서 쟁취하려고 했던 자유는 반공의 기치였고, 민주화 세대에서는 독재·억재에 맞선 제도적 자유였다. 이제는 선출된 권력을 통해서 사회문화적 검열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한계 설정도 너무 심해졌다. '아젠다 27'은 그런 부분들을 함께 진단하고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하기 위해 발족했다.

이석현 : 조금 도발적으로 말하면, 자유주의를 중심으로 '건강한 포퓰리즘'을 하겠다. 건강한 포퓰리즘이란 말이 형용모순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포퓰리즘이란 대중적 반응성이 높고 효능감 있는 정치를 말한다. 최근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해외 선진국의 정치를 관통하는 것도 대중의 상식과 괴리된 기득권에 대한 분노다. 우리나라 정치도 마찬가지다.

자유주의를 지향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을 어린아이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먼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국가의 규제와 검열에 반대하고, 감성과 여론몰이가 아니라 이성과 과학에 기반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결국 현재 우리 정당들의 위기는 '세계관의 위기'다. 여전히 복지국가만을 주장하는 진보의 세계관은 부실하고, 보수는 세계관 자체가 붕괴했다.



Q. 젊은 정치인들이 이런 모임을 추진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기도 한다. 왜 청년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보나.

김지나 : 최근 정치는 세력화가 가장 큰 문제점이다. 정치인 개개인이 각자 자기가 기관이라고 생각하고 주장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해져 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정해진 대로 활동하기 때문에 정책이 다양해지기도 어렵고, 양극화만 극심해졌다.

이기인 : 나이가 중년이든 장년이든 노년이든,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선의의 목표를 제시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차세대'다. 그런데 근데 지금 정치권은 담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정치를 들여다보기를 포기하는 이유다. 국민의 삶을 이롭게 한다는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와 멀어지다 보니, 젊은 세대들이 정치에 가치를 못 찾고 점점 떠나가고 있다.

이석현 : 정보접근성이 높은 시대에 성장한 청년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충돌하는 주장의 정보가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그래서 한가지 이슈를 살펴볼 때 수많은 검토가 필요하다. 정치를 조금 맘먹고 들여다봤을 때 마주해야 할 갈등 양상을 바라보는 일은 고문에 가깝다. 가까이 갈수록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이 드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청년 세대에게 인화성이 높은 정치사회 이슈는 있는데, 바로 문화전쟁이다. 특히 청년세대가 꼽은 가장 큰 사회갈등으로 성별 갈등이 뽑힌다. 또 '노키즈존'(No Kids Zone)에 대해 다들 한마디씩 의견 있고, 게임 등 문화콘텐츠에 대한 검열, 악성 민원, 의료분쟁 등등 권리와 책임이 충돌하는 의제에도 뜨겁게 반응한다. 이들은 모두 정치가 손 놓고 있거나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방치했던 의제들이다. 진보는 문화전쟁에 관성적으로 편승했고, 보수는 연전연패했다.

Q. 보수와 진보의 문제는 각각 무엇인가

김지나 : 보수는 현재 우왕좌왕하고 있다. 중심이 부족하다. 이런 가운데 진보는 답이 없다. 당장 하자고 하는 것들은 많은데, 그게 이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냐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낭떠러지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대책과 주장들을 많이 하고, 책임지지 못할 정책들을 많이 내놓고 있다.

이기인 : 보수는 의료 대란, 채상병 문제 등에 있어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진보는 과거에 그게 투쟁이 됐든,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가 나아가야 할 담론을 제시해왔는데, 이제는 오히려 권리만 추구하는 껍데기만 남은 느낌이다.

이석현 : 보수는 정체돼 있다. 격차 해소에 대한 정책적인 업데이트도 없고, 그때그때 원칙 없이 주장을 덧붙이니 앞뒤가 안 맞을 때가 있다. 자유라는 원형의 가치와도 한참 멀어져 있다. 거듭 말하지만 한마디로 '세계관의 위기'인 것.

진보 진영은 그게 옳든 그르든 세계관이 뚜렷하다. 민족주의적 태도에 더 많은 복지, 더 많은 권리를 주장한다. 그런데 그 방식이 얼마나 책임 있는 주장인지는 검증할 대목이 많다. 안타깝게도 현재 보수진영은 이를 검증할 능력이 별로 없는 것 같다.

Q.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김지나 : 정치를 왜 하는 것이고, 누구를 위해서 하는지, 그것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알고 행해야 한다.

이기인 : 보수는 책임질 줄 알아야 하고, 진보는 시대에 맞는 사고와 담론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는 각각 그러한 자세와 가치가 상실된 상태다. 그 가치 회복이 보수와 진보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이석현 : 보수진영의 첫 번째 과제는 '세계관 회복'이다. 보수 우파의 가치, 자유주의의 원칙에 비추어볼 때, 무슨 일만 일어나면 규제법안 만드는 데 동참하는 것이 옳은지, 문화전쟁을 회피하는 것이 맞는지 돌아봐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보수나 우파라는 이념이 국민의 빈곤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보수정당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표의 핵심 지지층은 이 대표가 가난을 알고, 실용주의적이고, 대중적 정서에 대한 이해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보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당내 민족주의적 정서와 관성적인 복지 담론은 실용주의적 태도와 배치되고, 당내 사회문화적 이슈에 대한 규제적 태도는 장점이었던 '대중적 정서'와 상충한다. 샌더스가 힐러리처럼 행동하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가. 현실 위에서 끊임없이 좌표 조정을 하는 게 정치이니 끊임없는 점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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