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도시 주택가격이 올해 6월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습니다.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S&P CoreLogic Case-Shiller House Price Index)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5% 상승했습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0%로 둔화한 것과 비교하면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3.5%포인트나 더 높았습니다.
미국 집값이 상승하는 배경에는 높은 금리가 있습니다. 금리 때문에 주택 갈아타기 수요가 수그러들면서 기존 주택이 시장에 나오지 않아 매물이 급감했습니다. 미국 최대규모의 주택대출 금융 회사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9월5일 기준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 평균치는 6.35%입니다. 2023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금리입니다.
주택 공급도 심각한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각종 금융 비용이 늘어나면서 주택사업자들이 신규 주택을 건설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기존 주택은 시장에 나오지 않고 신규 주택 건설마저 저조하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집값이 오름세를 보인 것입니다.
9월 기준금리가 인하할 전망입니다.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주택사업자들은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것입니다. 가계도 모기지 금리 하락에 맞춰 기존 집을 팔고 더 나은 집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매물과 거래량이 동시에 증가하면 주택 가격도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로 올해 7월 미국 주택거래량은 반등했습니다. 지난 3월 이후 계속 줄어들던 미국 기존 주택 매매 건수는 7월 395만건으로 전월 대비 1.3% 늘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가 다가오면서 주택 매물이 쌓이고, 거래 감소와 가격 상승의 주범이었던 '매물 가뭄' 현상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는 것입니다.
로이터통신이 8월19일부터 29일까지 부동산 분석가 약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주택가격은 2025년 3.3%, 2026년에는 3.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같은 기간 경제학자들이 예측한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인 2.3%와 2.2%를 소폭 웃도는 수치입니다.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주택시장이 올해보다 조금 더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 큰 문제는 고가주택의 가격상승입니다. 미국도 우리와 같이 높은 금리가 주택수요를 감소시켰지만, 전체 자산가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가격이 100만달러(약 13억원) 이상인 주택의 점유율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레드핀에 따르면 미국 주택 10채 중 1채(8.5%) 가까이는 가치가 100만달러를 넘습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4%의 두 배가 넘는 역대 최고 점유율입니다.
고급주택 가격은 빠르게 오르는 중입니다. 2분기 미국의 고급주택 가격은 8.8% 상승했는데 이는 비 고급주택 가격 상승률 3.8%를 압도합니다. 판매 건수 역시 고급주택의 경우 0.2% 늘어났지만, 비 고급주택 판매는 오히려 3.4% 감소했습니다. 고급주택으로 쏠리는 주택수요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택 가격은 제법 오래전부터 미국 주택 가격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한국 주택가격을 예상해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할 때는 미국 주택 가격을 참고하는 것이 의미 있습니다. 단순히 현재 가격 상승이나 공급 확대만으로 주택 문제를 파악하기보단 장기적으로 경제구조 변화의 한 축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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