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롯데그룹 전직 최고경영자(CEO)의 기억을 담은 평전이 내달 출간된다. 그의 리더십을 조명하고 경영철학을 공유하는 등 롯데그룹 기업문화와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다. 신 명예회장의 장손녀인 장혜선 이사장이 이끄는 롯데재단은 평전 발간 작업을 후원함으로써 재단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나섰다.
9일 롯데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롯데그룹 전 CEO 모임인 ‘신격호 CEO 포럼’과 함께 ‘신격호의 꿈, 함께한 발자취 롯데 CEO들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평전을 다음 달 선보인다. 신격호 CEO 포럼은 전 롯데 계열사 CEO들이 신 명예회장의 경영철학과 유산을 계승하기 위해 지난 5월 구성한 모임이다.
이번에 발간되는 평전은 신 명예회장을 모시고 그룹을 일군 롯데 CEO 출신들의 기억과 소회를 모아 편집한 것으로 수필과 자서전을 합친 형식이다. 그룹을 창립하고 글로벌 기업을 성장시킨 신 명예회장의 삶과 업적, 경영 철학, 비전, 도전과 극복 과정 등을 상세히 다룬다.
이승훈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은 지난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축사에서 “이 책의 편찬 취지는 전직 CEO들이 신 명예회장과 함께 겪은 다양한 경험과 에피소드를 기록함으로써 시간이 흐르면서 잊힐 수 있는 중요한 이야기를 보존하는 데 있다”며 “신 명예회장의 리더십을 조명하고 경영철학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그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롯데 기업문화와 가치를 계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단은 평전을 펴내기 위해 지난 6월 롯데 전 CEO를 대상으로 ‘내가 겪은 신격호 회장’을 주제로 한 글짓기 공모전을 열어 50여편을 심사했다. 심사는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회장과 권남희 한국수필가협회 회장이 맡았다. 참여자들은 신 명예회장의 리더십이 오늘날 롯데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한목소리로 짚었다고 재단은 전했다. 그의 현장 경영과 책임 경영, 도전 정신이 현재의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공모전에서는 이철우 전 롯데쇼핑 대표의 ‘나는 일하는 것이 아니냐, 내 삶이야’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재단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신 명예회장이 기업 경영을 바라보는 시각과 자세를 생생하게 묘사한 글을 써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전 대표의 글을 보면 그는 재직 당시 80대 중반이 된 신 명예회장의 건강을 걱정해 ‘이제 좀 쉬시라. 반나절만 보고 받고 공휴일도 좀 여유 있게 보내시면 좋겠다’고 충언했다고 한다. 이에 신 명예회장은 “일하는 게 아니라 이는 내 삶이야. 백 살까지 할 거야”라고 되받았다. 이 전 대표는 그 이후 한 번도 신 명예회장에게 쉬엄쉬엄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 전 대표는 시상식 축사에서 “신 명예회장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라며 “한 기업인의 업적을 기리고자 계열사 CEO들이 글을 모아 평전을 발간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재단은 롯데그룹과 함께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울산의 신격호 회장님 별장이 공원화 조성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외에도 김창규 전 케이피케미칼 대표의 ‘우리가 일등인가, 신격호의 혁신 DNA(디엔에이)’는 샤롯데상을 수상했다. 정기석 전 롯데월드 대표의 ‘민족기업인 롯데’와 최영수 전 롯데면세점 대표의 ‘롯데면세점의 역사 창조’는 각각 푸시킨상과 피천득상을 받았다. 이동호 전 롯데호텔부산 대표의 ‘나의 아버지 같으신 신격호 회장님’과 김용택 전 롯데중앙연구소 소장의 ‘자네는 고집이 좀 있지’에는 특별상이 수여됐다.
이날 신 명예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은 총 6명의 우수작 대상자들에게 직접 상을 수여했다. 신 의장은 “바쁜 와중에도 평전을 써주신 롯데그룹 전 CEO 여러분께 깊은 영광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앞으로도 롯데재단이 저희 아버님의 경영철학과 리더쉽을 이어받아 후대에도 그분의 가르침이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사회적 연대나 협력, 타인의 복지를 위할 줄 아는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며 “의장님(어머니)께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는데, 롯데를 함께 일구신 신격호 롯데 CEO 리더스 포럼분들을 비롯한 재단 임직원분들의 노력을 더 한다면 외조부의 유지를 잘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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