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40㎝. 주특기: 프라이팬 음식 조리, 전선 납땜, 호두 까기, 병뚜껑 따기. 참고사항: 유사시엔 봉술(棒術)도 가능.’
가사 도우미 구직자가 낸 프로필이 아니다. 중국의 로봇 스타트업 유니트리로보틱스가 지난 5월 출시한 휴머노이드 ‘G1’의 소개 내용이다. 유니트리는 “두 발로 걷고, 두 팔엔 손가락이 3개씩 달렸다”며 “43개의 관절을 갖춘 덕분에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는 만큼 가정의 도우미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다재다능한 인공지능(AI) 로봇의 가격은 9만9000위안(약 1850만원). 업계에선 로봇 가격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만큼 10년 안에 휴머노이드가 산업 현장과 가정에 널리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명실상부한 휴머노이드 강국이다. 스위스와 일본, 독일이 꽉 잡고 있는 산업용 로봇과 협동 로봇 시장을 노리는 대신 2000년대부터 휴머노이드 개발에 ‘올인’한 덕분이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굴기’는 지난달 21~27일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로봇 콘퍼런스’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때 공개된 로봇 신제품 60개 가운데 27개가 휴머노이드였다. 빨래를 개는 로봇, 청소기를 돌리는 로봇, 종이에 붓글씨를 써 관람객에게 나눠주는 로봇 등이 전시장을 꽉 채웠다. 사람 얼굴을 한 로봇은 팔로 농구공을 던져 3점 슛을 연달아 꽂아 넣었고, 발레 로봇은 아름다운 춤사위로 관람객들을 매료시켰다.
중국 휴머노이드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다. 2000만~3000만원에 살 수 있는 제품이 많다 보니 실구매자가 상당하다. 이렇게 시장이 열리니, 중국 업체들은 신제품 개발에 더 열을 올린다. 중국이 로봇 강국이 된 데는 대놓고 관련 기업을 돕는 정부 역할이 컸다.
업계에선 올해를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원년으로 삼는다. 테슬라가 지난 6월 스스로 학습해 일하는 휴머노이드인 ‘옵티머스’ 두 대를 자동차 공장에 처음 배치해 단순 작업을 맡겼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연말까지 옵티머스를 추가로 투입해 실전 경험을 쌓도록 할 계획이다.
최신 AI 프로그램을 휴머노이드에 접목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오픈AI는 미국 스타트업 피규어AI와 파트너십을 맺고 4년 전 해체했던 로봇팀을 재가동했다.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1’에는 오픈AI의 챗GPT가 적용됐다. 구글 딥마인드도 올초 스탠퍼드대와 손잡고 양팔 로봇 ‘모바일 알로하’를 공개했다. 이 로봇은 사람이 원격 조작으로 요리나 청소 같은 작업을 50번가량 시연해 보이면 거의 똑같이 따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보스턴다이내믹스도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는 손기술이 좋아지면 향후 현대차 공장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휴머노이드가 10~20년 뒤 로봇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란 데는 큰 이견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휴머노이드 가격이 대당 2억원에 달했지만, 이젠 2000만~3000만원에 저가 모델을 구입할 수 있다”며 “‘저렴한 가격→수요 증가→생산단가 하락 및 성능 향상’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면 집집마다 ‘휴머노이드 집사’를 보유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전문 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억달러(약 2조4000억원)에서 2028년 138억달러(약 18조4000억원)로 여덟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오현우/김형규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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