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챔피언스투어를 뛰면서 가장 기분 좋은 날입니다.”
‘바람의 사나이’ 양용은(53)이 시니어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에서 첫 승(우승상금 31만5000달러·약 4억2400만원)을 올렸다. ‘전설’ 베른하르트 랑거(67·독일)를 상대로 따낸 우승이라 더 빛을 발했다.
양용은은 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노우드힐스CC(파71)에서 열린 PGA 챔피언스투어 어센션채리티클래식(총상금 210만달러) 마지막 날 3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줄이고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잡아 5언더파 66타, 최종 합계 13언더파 200타로 랑거와 연장전을 치렀다. 랑거는 PGA투어에서 통산 3승, 유러피언투어(현 DP월드투어)에서 통산 42승을 거둔 유럽 골프의 ‘레전드’다. 챔피언스투어에서는 최다승(45승), 최고령 우승(65세10개월5일) 기록을 보유하며 시니어 투어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연장 1차전에서 랑거는 핀 3m 옆, 양용은은 2m 옆에 공을 붙이며 나란히 버디 찬스를 만들었다. 랑거의 버디퍼트가 살짝 비켜간 뒤 양용은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버디를 잡아내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PGA 챔피언스투어는 “양용은은 거인을 상대하는 법을 아는 남자”라고 평가했다.
양용은은 아시아 최초의 PGA투어 메이저대회 우승자다. 그는 한국과 일본 투어를 거쳐 36세에 미국에 진출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도전이었지만 2009년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49·미국)를 꺾고 우승컵을 차지하며 아시아 골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우즈는 지난 7월 메이저 대회 디오픈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껏 가장 극복하기 힘들었던 패배가 Y E 양(양용은)에게 당한 것”이라며 “메이저 대회에서 3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마쳤을 때 우승하지 못한 적이 없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우승을 놓쳤다”고 답하기도 했다.
양용은은 PGA투어에서 2승을 거둔 뒤 2022년부터는 시니어 무대인 PGA 챔피언스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50대 이상이 출전하고 랑거를 비롯해 어니 엘스(55·남아공), 스튜어트 싱크(51·미국) 등 쟁쟁한 백전노장들이 뛰는 무대다.
양용은은 72번째 대회 만에 첫 승을 올렸다. 앞서 준우승 두 번, 3위 세 번 등 우승 기회가 꽤 있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래도 이날 전설을 제치며 우승을 차지해 아쉬움을 설욕했다. PGA 챔피언스투어에서 한국 선수의 우승은 메이저대회인 시니어오픈 등 2승을 올린 최경주에 이어 양용은이 두 번째다. 양용은은 “랑거와 경기하면서 긴장도 하고, 좋은 것도 많았다”며 “연장전에서 내 플레이에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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