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재산을 상속 받은 상속인 10명 중 9명은 자녀 공제 등 인적 공제가 아닌 5억원의 일괄 공제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1인당 공제 금액이 인당 5000만원에 그쳐 7명을 낳아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탓이다. 저출생 문제가 심화하면서 상속세 인적 공제 제도의 도입 취지가 빛바랬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상속인 10만3506명중 9만6666명(93.4%)은 5억원의 일괄 공제를 받았다. 지난해 상속 받은 1만9944명 중에는 1만8609명(93.3%)이 일괄공제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상속인은 일괄공제 또는 기초공제(2억원)에 자녀공제(1인당 5000만원) 중 선택할 수 있다. 자녀수와 가족내 장애인 여부 등 가족 구성에 따라 상속 혜택을 주자는 게 인적 공제를 도입한 취지다.
그러나 현행 제도상 자녀 6명을 낳아도 기초·인적 공제 금액 5억원에 그쳐 일괄 공제 금액을 넘어서지 않는다. 굳이 인적 공제를 선택할 유인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정부와 여야가 각각 상속세 개편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향후 다자녀 가구에 대한 혜택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자녀 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담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일괄 공제를 현행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 공제를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내놨다. 단 자녀 공제 금액은 그대로 뒀다.
의원실에서 계산한 자료에 따르면 1자녀 가구는 민주당 안이, 다자녀 가구는 정부안이 더 유리하다. 예를 들어 12억원짜리 서울 아파트를 상속할 경우 민주당안대로라면 자녀 수와 관계없이 7000만원을 내면 된다. 정부안대로라면 1자녀는 9000만원을 내야 하지만, 2자녀부터는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만약 서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59㎡(15억4000만원 기준)를 자녀에게 상속했다면 현재 기준으로는 자녀수와 상관없이 2억5600만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정부안을 반영하면 1자녀는 1억9200만원을 내야 한다. 다만 2자녀(5800만원), 3자녀(0원)으로 자녀수가 늘어날수록 상속세 부담이 줄어든다. 민주당안은 자녀수와 상관없이 1억6200만원의 상속세가 부과된다. 자녀가 1명인 경우 민주당안이, 2명 이상일 경우 정부안이 혜택이 커지는 셈이다.
다만 여당에서도 일괄공제 및 배우자 공제 금액을 상향하는 법안을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이 발의한 상태다. 조만간 조세소위가 구성되면 정부와 여야 의원들이 내놓은 상속세제 개편을 두고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종욱 의원은 "획일적인 일괄 공제 보다는 국가 정책 목표에 따라 상속 세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저출생 대응 등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인적 공제를 적극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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