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낸 돈 다 못 받게 생겼다?…오해와 진실 [정영효의 산업경제 딱10분]

입력 2024-09-11 10:17   수정 2024-09-11 14:38



‘매달 월급 통장에서 꼬박꼬박 약 10분의 1씩 떼어가면서 막상 은퇴 후에 돌려받는 돈은 쥐꼬리.’

상당수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갖고 계시는 이미지일 텐데요. 지난 4일 정부가 이것도 모자라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올리면서 상황에 따라 연금은 적게 주는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당장 온라인에서는 '받을 돈이 줄게 됐다'며 원성이 자자한데요. 이런 때일수록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겠죠. 그래서 정부의 국민연금 담당 최고 책임자인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을 모셨습니다.

▶차관님, 가장 궁금한 건 '국민연금은 월급에서 떼어 간 만큼 은퇴 후에 못 돌려받는가'라는 부분인데요. 실제로 직장 생활 30년 동안 낸 연금 보험료의 합보다 65세부터 죽을 때(한국인 평균수명)까지 받는 연금의 합이 더 적나요?



"아닙니다. 국민연금에서 집계하는 평균적인 월 소득이 약 300만원인데요. 이 경우 낸 보험금의 2.2배를 연금으로 돌려받습니다. 평균소득이 150만원이면 약 3.3배를 받습니다. 소득이 600만원이라도 최소 1.7배를 받기 때문에 국민연금 만큼 좋은 상품이 없습니다."

"2010년 무렵 많은 분들이 임의 가입(소득이 없어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전업주부 등이 본인 희망에 따라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제도)을 하셨는데요. 국민연금처럼 수익이 높고 안정된 상품이 없더라는 겁니다."



"특히 국민연금은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물가 인상을 반영합니다. 올해 물가인상률이 3.6%였는데요. 100만원을 받는 분이라면 내년에는 103만6000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낸 보험료의 적어도 2배 정도는 연금으로 돌려받는다는 말씀인데요. 여기에 다시 정부가 메스를 댔습니다. 지난주 발표한 연금개혁안은 크게 두가지로 구성되는데 첫번째가 모수개혁입니다. 연금 보험료율 같은 숫자를 조정하는 걸 모수 개혁이라고 하는데요.



"모수 개혁은 숫자 개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주로 보험료율이라든지 기금 수익률을 조정하는게 모수 개혁인데요. 현재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고 소득의 40%(소득대체율)를 연금으로 받게 돼 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100만원을 벌면 월 9만원을 내는 겁니다. 다만 본인이 9만원을 다 내는게 아니고 절반(4만5000원)은 사업주가 냅니다. 40년 평균 소득이 100만원일 경우 연금으로 매월 40만원을 받는 겁니다."



"염두에 둘 점은 9%의 보험료를 내고 40%를 연금으로 받는 현재 구조는 수지 균형이 안 맞습니다. 40%를 보장하려면 보험료를 19.7% 내야 합니다. 현재는 9%만 내다보니 10.7%씩 적자를 보는 구조죠. 이 때문에 연금을 쌓은 적립금이 점점 줄어듭니다."

"소득대체율은 42%로 올리되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이유입니다. 다만 국민들께만 부담을 드릴 수는 없기 때문에 기금 수익률(국민연금기금을 운영해서 벌어들이는 투자수익률)을 4.5%에서 5.5%로 1%포인트 올리기로 했습니다."

"청년세대를 위해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화하고, 평생 지급 보장을 명시했구요. 현재 어르신(고령자)의 70%에게 월 34만5000원을 드리는 기초연금은 금액을 4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거기에 더해 구조 개혁이 추가됐는데요. 자동조정장치 등이 대표적입니다만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구조개혁은 숫자 개혁보다 기본적인 소득보장 체계의 틀을 바꾸는 겁니다. 대표적인 게 퇴직연금입니다. 1년을 근무하시면 한 달치 봉급은 사용자가 퇴직연금에 넣도록 돼 있는데요. 하지만 대부분이 퇴직 전에 찾아가고 10%만 남아 있습니다."

"퇴직연금을 미리 찾아가는 이유는 대부분 전세금이나 자녀 결혼식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퇴직연금 중도인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대신 나중에 연금으로 많이 돌려받을 수 있도록 연금화할 계획입니다.

"개인연금은 많이 부을수록 나중에 많이 받도록 세제혜택을 강화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국민연금 가입 연령을 더 올리는 방안은 정년 연장과 관계가 있는 부분입니다. 기본적으로 '기초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다층적인 연금 체계를 만드는 것이 구조개혁입니다."



▶국민들께서 가장 우려하시는 개혁안이 자동조정장치인데요. 상황에 따라 연금 인상폭을 조금 줄이는 제도인데 상당수 분들은 '연금을 깎는 것'이라고 이해를 하시더군요. 자동조정장치는 정확하게 어떤 제도이고, 어떤 기능을 하는가요.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36년된 신생 연금입니다. 독일은 우리보다 100년 먼저 국민연금을 도입했습니다. 먼저 국민연금을 도입한 선진국들이 대부분 도입한 제도가 자동조정장치입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24개국이 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유는 저출생·고령화입니다. 아이를 안 낳으니 연금 보험료를 낼 사람이 줄어드는 겁니다. 반면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예전에는 20년 동안 받던 연금을 30년씩 받는 사례가 늘어났죠. 이러한 미스매치를 줄이기 위해 스웨덴부터 시작해서 일본과 독일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시행하는 제도가 자동조정장치입니다."



"예를들어 올해 100만원을 받는 연금소득자의 경우 물가가 3.6% 오르면 내년에 103만6000원을 받습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가입자가 평균 0.3% 감소하고, 기대 여명(남은 수명)이 0.3% 늘어난다면 이 수치들을 물가상승률에서 빼는 겁니다. 그 결과 연금 인상률이 3%로 줄면서 연금액수가 103만원6000원에서 103만원으로 줄어듭니다."

"확실한 건 100만원 이상은 항상 받는다는 점입니다. 절대액수는 줄이지 않고 미래의 여러가지 불안정한 요인을 생각해서 인상폭을 일정 부분 줄이는 제도입니다."

▶보험료율 인상과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달리 투자의 결과인 기금운용 수익률은 올리고 싶다고 올릴 수 있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기금운용 수익률은 참 중요합니다. 기금 수익률이 1%포인트 오르면 보험료를 2%포인트 인상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소진시기는 5년 연장하는 효과가 있고요."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에 네번째 해외 지사를 열었습니다. 투자수익률이 가장 높은 대체투자(PEF와 부동산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적 자산 배분입니다. 수익이 높은 곳(해외)에 투자를 늘리는 겁니다. 우수한 운영 인력을 확보해서 수익률이 높은 분야에 투자를 늘릴 계획입니다."

▶이번 개혁안을 통해 국민연금 적립금이 소진되는 시점을 얼마나 늦출 수 있나요.

"올해 6월말 현재 적립금이 1147조원인데요. 보험료 9%, 소득대체율 40%인 현 제도대로라면 2056년 기금이 소진됩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각각 13%와 42%로 올리면 소진 시점이 2072년으로 16년 늘어납니다."



▶연장 효과가 그렇게 커보이지 않는데요?

"자동조정장치가 개입하면 효과가 늘어납니다. 현재 1년에 걷히는 보험료 수입은 58조원인데 지급하는 연금은 39조원입니다. 2036년이면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 지급액이 늘어나면서 적자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소진 시점이 2088년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혁 이전보다 32년 늘어나는 셈입니다. 상당히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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