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토부와 수도권 지자체에 따르면 국토부는 다음달 각 자치단체로부터 철도 지하화 사업 제안을 받아 연내 1차 선도 사업 대상 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선도 사업에 선정되면 내년부터 곧바로 지하화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해 사업 일정을 크게 앞당길 수 있다.
철도 지하화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경인선이 통과하는 인천시다. 이미 지난해 1월 구로~인천역(27㎞·21개 역) 구간의 지하화를 위해 ‘경인선 지하화 추진전략 수립 용역’에 들어갔다.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상부 부지에 대한 재생 마스터플랜도 짜기로 했다. 원도심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미래형 도시공간으로 재구조화하기 위한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사업비 규모는 약 9조원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경인선 철도를 지하화해야 단절된 인천의 원도심 공간을 연결하고 쇠퇴한 철로 주변 마을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산시도 수도권 지하철 4호선 한양대앞~안산역(5㎞·5개 역) 구간의 지하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상 철도로 단절된 도시 공간의 연계성 강화와 신·구 도심 간 균형 발전이 최종 목표다. 안산시 관계자는 “2021년 지하화 사업 선행 용역에서 비용 대비 효익(B/C) 비율이 1.5로 나타나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해당 구간 지하화 사업비는 약 1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안산선 지하화는 도시의 미래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프로젝트”라며 “용역 결과로 타당성이 입증된 만큼 국토부 선도 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경부선 라인이 지나가는 주요 지자체도 철도 지하화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경기 군포·안양시와 서울 용산·영등포·동작·구로·금천구 등 7개 기초 자치단체는 ‘경부선 지하화 추진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이들 자치단체는 협의회를 통해 서울역~당정역 구간(32㎞·19개 역)을 이번 철도 지하화 선도 사업으로 선정해달라는 건의안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
경원선의 용산역~도봉산역을 잇는 지상 철로 구간(25.43㎞)도 관련 지자체들이 ‘단체 행동’에 나섰다. 서울 용산·성동·동대문·성북·노원·도봉·중랑구 등 7개 기초단체는 지난달 23일 ‘경원선 지하화 추진협의회’를 발족했다. 초대 회장으로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이 선출됐다. 경원선 구간이 이번 국토부 선도 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하자는 취지다.
서울 서대문구도 옛 신촌역으로 대표되는 경의중앙선 구간(서울역~가좌역)을 놓고 철도 지하화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서대문구는 연세대와 연세대의료원, 이화여대와 협력해 ‘경의선 지하화 선도 사업 추진 공동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7월부터 시민 서명운동에 나섰다. 서울역~가좌역(5.8㎞·3개 역) 구간을 지하화해 상부의 유휴 부지에 산학·청년창업·바이오 관련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번 국토부 철도 지하화 선도 지역으로 선정되더라도 예산 문제로 이후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며 “각 지자체가 사업성과 실현 가능성을 갖춘 사업 계획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강준완/수원=윤상연 기자 jeffk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