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편광필름 사업을 중국 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우시헝신)에 양도하는 안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양도 금액은 1조1210억원이다. 충북 청주와 경기 수원에 있는 편광필름 사업장을 비롯해 제조 및 판매 사업 전부가 대상이다. 삼성SDI의 중국 우시법인 지분(100%)도 함께 매각한다. 이날 이사회 의결과 함께 양도 계약을 맺었으며 관계당국 승인을 거치면 매각이 마무리된다.
우시헝신은 중국 눠옌(NY)캐피털과 NY캐피털 산하 편광필름 제조업체 HMO가 합작해 세운 회사다. NY캐피털은 중국 내에서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에 걸쳐 40여 개 관계사를 운영하는 지주사다.
삼성SDI가 편광필름 사업을 매각한 이유는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편광필름은 빛을 한 방향으로만 통과시키는 필름이다. 주로 액정표시장치(LCD) 소재로 쓰인다. 중국 기업이 저가 공세를 펼치며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디스플레이 제품이다. LG화학도 지난해 편광판과 편광판 소재 사업을 1조1000억원에 중국 기업에 팔았다. SKC 역시 2022년 필름 사업을 한앤컴퍼니에 넘겼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을 접으며 삼성SDI의 편광필름 공급처가 사라진 영향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지난해 6월 충남 아산의 LCD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삼성SDI는 편광필름 사업 매각 자금을 차세대 소재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다. 반도체를 비롯해 OLED, 배터리 등에 쓰이는 소재를 개발하는 데 힘을 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시장 판도를 바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매각 자금을 상당 부분 투자한다. 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시장이 위축됐을 때 신기술을 선점하겠다는 취지다. 삼성SDI는 2027년께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공장 신축에 앞서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SDI는 지난 7월 제너럴모터스(GM)와 약 4조7000억원을 들여 미국에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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