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 지원자가 늘면서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과 SK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표절 프로그램을 쓰거나 협력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지원자들이 직접 작성한 자기소개서인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AI가 써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기업들이 AI로 걸러내는 형국이다.
10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진학사의 채용 플랫폼 캐치가 취업준비생 1379명을 대상으로 ‘자기소개서 작성 시 챗GPT 활용 여부’에 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챗GPT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생성형 AI를 직접 활용했다고 답한 취준생은 챗GPT의 자기소개서 작성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챗GPT의 자기소개서 작성 실력이 ‘나보다 우수하다’고 답한 비중이 49%를 차지했고, ‘비슷하다’고 답한 비중도 35%에 달했다. 자기소개서 작성 과정에서 챗GPT의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로는 지원 기업 및 직무 분석(49%)이 꼽혔다. 초안 작성(28%)과 문항 분석(27%), 첨삭 요청(25%), 우수 사례 참고(8%), 글자 수 조정(1%)이 뒤를 이었다.
AI 자기소개서는 대기업 채용 전형에도 사용되고 있다. SK C&C는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면서 ‘AI 채용 에이전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AI 채용 에이전트는 서류 심사와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가 보유한 장점을 집중적으로 파악해 알려준다. 필기시험에서도 AI를 활용해 지원자 문제 분석·해결 역량을 평가한다. 지원자는 제시된 문제의 의미를 파악하고 AI를 활용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시험에 임하게 된다.
하지만 상당수 대기업은 AI 자기소개서에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매출액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315개 기업의 채용동향을 조사한 결과 챗GPT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을 때 감점(42%)이나 불합격(23%) 등을 준 곳이 많았다. 기업들은 구직자가 챗GPT로 작성한 자기소개서에 대해 ‘독창성·창의성이 없어 부정적’(64%)이라고 평가했다.
챗GPT가 작성한 자기소개서인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분석 프로그램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AI 기반 표절검사 서비스 ‘카피킬러’를 운영하는 무하유가 대표적이다. 무하유의 GPT킬러는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챗GPT가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을 탐지한다.
AI 자기소개서가 쏟아지면서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인성·역량검사 등의 비중을 늘려 채용 절차가 오히려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용훈/강경주 기자
■ 잡리포트 취재팀
백승현 경제부 부장·좋은일터연구소장
곽용희 경제부 기자·이슬기 경제부 기자
권용훈 사회부 기자·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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