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이 말라붙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다가오고 있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그나마 증시에 남아있는 자금은 대형주, 경기방어주로 몰려 코스닥 시장은 소외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 이런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 거래대금은 5조3743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29일 기록한 연저점(5조2870억원) 수준까지 밀린 것이다. 이는 지난해 연말과 비교하면 2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작년 말 코스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0조원을 넘기며 코스피를 넘어서기도 했다.
매매 빈도도 줄어드는 모양새다. 전날 코스닥 상장주식 회전율은 1.41%로 연초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상장주식 회전율은 총 거래량을 평균 상장주식 수로 나눠서 계산한 값이다. 회전율 하락은 손바뀜 움직임이 둔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증시 대기자금도 급감하는 등 관심 자체가 식은 모습이다. 지난 6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1조45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투자자예탁금은 59조원을 웃돌았지만, 지난달 5일 '검은 월요일' 이후 8조원가량 빠져나갔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계좌에 넣어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되찾지 않은 돈이다.
코스닥 지수 상승률도 코스피를 크게 밑돈다. 코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17.55% 급락했다. 코스피가 4.49%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극히 부진한 성과다. 경기 침체 우려가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을 밑돌며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8월 비농업 고용은 전월 대비 14만2000명 늘었다. 16만명 증가를 예상했던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7월 고용 증가 폭도 처음 발표했던 11만4000명에서 8만9000명으로 대폭 줄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침체가 가능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경기방어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되는데, 경기 방어주는 코스닥보다 코스피에 많다"며 "이 때문에 코스피가 코스닥 지수에 비해 선방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말까지 기준 금리를 최대 125bp(1bp=0.01%포인트)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주 비중이 큰 특성상 코스닥 기업은 금리에 더 민감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당장 코스닥에 호재로 작용하긴 어렵다고 봤다. 금리 인하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려면 성장률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코스닥 기업의 이익 개선세가 꺾였다는 이유에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총 상위권엔 바이오, 2차전지, 엔터 관련주가 자리 잡고 있다"며 "각 산업의 성장성 자체가 약하고,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 중장기적인 주가 흐름이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관련 불확실성 때문에 코스닥 거래가 부진하다고 주장한다. 코스닥은 개인의 거래대금 비중이 80%에 달한다. 코스닥 시장에서 7월 한 달간 개인은 8543억원을 순매수했지만, 8월엔 2576억원에 불과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코스닥 지수가 코스피보다 더 하락했다"며 "금투세 강행 우려가 커지며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이 부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이어 "오는 24일 토론회에서 예상보다 온건한 결과가 도출되면 시장이 빠르게 안정될 수 있어 계속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주당은 24일 금투세 공개 토론회를 개최한다. 형식은 금투세에 찬성·반대하는 의원들을 2~3명의 팀으로 구성해 토론하는 방식이다. 현재 정부·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선 금투세 유예·개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투세를 폐지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기에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의견이 중요하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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