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은행이 각자의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8개 국내은행장과 '가계부채 관련 간담회'를 열고 "최근 은행권 자율적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시장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고 대출 수요자들은 불편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모든 은행이 동일하게 감독당국의 대출 규제만 적용하다 보니 은행별 상이한 기준에 익숙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라며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행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 시점에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그간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가계대출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거래량이 회복되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가계대출 관리 필요성을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올해 △1월 9000억원 △3월 4조9000억원 △5월 5조3000억원 △6월 4조2000억원 △7월 5조2000억원 △8월 9조5000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그는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이미 높은 수준으로 가계의 상환부담 가중, 수요 부진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된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가계부채를 적정수준으로 긴축해 나가지 못하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경제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국민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국내 은행의 경우 주택 관련 대출 집중도가 높은 상황으로 금융불균형이 누증되고, 주택가격 조정 시 건전성이 악화되는 등 시스템리스크로의 전이가 우려된다"며 "금융시장 안정과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가계대출 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은행권의 노력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일각에서는 은행이 손쉽고 안정적으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주택) 부문 위주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혁신 성장 부문으로의 자금공급은 도외시한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며 "이러한 취지에서 최근 은행권이 여신심사기준을 강화하고 자율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또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전제로 한 자금 등 위험 성향이 높은 대출에 대해서는 심사를 보다 강화하는 등 가계대출 취급에 있어 그간의 심사 경험을 살려 선구안을 발휘하고 대출 포트폴리오를 건전하게 조정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가계대출 관리에 있어서 은행권이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건전한 여신 관행을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 주시기를 기대한다"며 "금융당국도 이러한 은행권의 자발적인 노력이 조기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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