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 풍선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수도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관련 논의가 전혀 다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관련 논평조차 한 줄 나오지 않았다.
1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최근 일어난 원인 미상의 화재 현장에서 '기폭 장치'로 추정되는 물체가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기폭 장치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된 곳은 경기 파주시와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이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2시께 경기 파주시 광탄면의 한 창고 옥상에서 발생한 원인 미상 화재 현장에서 '기폭장치'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 관계자는 "기폭장치가 터지며 오물 풍선 안에 든 쓰레기에 불이 붙고 이 불이 창고 옥상을 불태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5일 오전 3시 20분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던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근처 현장에서도 기폭장치로 추정되는 물체가 9일 발견됐다.
10동 참모본부는 오물풍선으로 인한 화제가 '발열 타이머'에 의한 화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 거론한 '기폭 장치'에 의한 사고 가능성보다 '발열 타이머'에 의한 화재 가능성이 더 높다는 설명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북한 풍선에 달린 발열 타이머가 풍선과 적재물을 분리하는 열선을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오물풍선으로 화재를 유발하려는 의도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북한발 풍선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지만, 국회는 관련 논의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내놓은 오물 풍선 관련 논평은 지난 5일 김준호 대변인 명의로 나온 "한반도 평화는 북한의 비열한 도발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국민의힘이 오물풍선 살포 관련 논의를 한 것은 지난 6월 12일 재난안전특별위원회가 오물풍선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열었던 당정협의회가 마지막이다.
당시 회의에서는 △북한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 필요성 △북한 불법행위에 대한 대처 △북한 오물풍선 도발 피해 보상을 위한 민방위기본법 개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이후 후속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오물풍선 관련 논의를 했던 여당 재난안전특위는 한동훈 체제 출범 이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당내에서 책임지고 관련 논의를 하는 조직도, 인사도 전무하다는 뜻이다.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현황 보고를 듣고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국회 국방위원회 역시 22대 국회 개원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않았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도발 주체인 북한에 대한 비판은 완전히 배제한 채, 정부에 책임만을 묻는 모습을 보였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북한 오물풍선 도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책은 말 폭탄뿐이냐"며 "윤석열 정부의 안보 무능이 또다시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변인은 "북한의 오물풍선이 재산 피해를 넘어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라면서도 논평에 북한에 대한 비판은 단 한 줄도 담기지 않았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를 자신하고 있는데 한반도는 살얼음판으로 바뀌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심기 경호 책임자에게 국방을 맡긴 인사 참사가 안보 참사로 이어진다면 우리 국민의 분노를 감당할 수 없을 것임을 명심하라"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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