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면서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중국이 원하는 품목 위주로 생산을 하면서 수출 구성품목의 질적 수준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북한 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18일 정연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유라시아 지리경제학회지에 게재한 '중국에 대한 의존도 증가가 북한 경제에 도움이 되었는가?' 논문에 따르면 북한의 수출고도화지수는 1998년부터 2017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국가의 평균치는 물론, 다른 저소득 국가의 평균치에 비해서도 하락세가 뚜렷했다.
이 기간 북한의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9%에서 89.4%로 급증했다. 지난 2010년 이명박정부가 천안함 피격 사건을 계기로 내린 대북 제재인 5.24조치(인도적 지원도 정부의 허가를 받게 함)와 2015년 전방위적인 대북 경제제재 조치로 인해 중국 의존도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분석결과 북한의 대중 수출비중이 1%포인트 상승하면 수출고도화지수는 0.6% 하락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북한 수출품의 질적 구성은 악화했다는 의미다. 이는 대북 제제 조치가 없었던 2009년 이전에도 비슷했다.
정 교수는 "북한이 중국이 요구하는 한정된 품목의 재화를 수출하고, 대부분의 중간재 및 소비재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면서 수출 품목의 질적 저하가 발생했다"며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 경제는 저성장 늪에 빠져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국내총생산(GDP)은 32조3201억원으로 추정됐다. 전년에 비해 3.1% 늘어났지만지난 2019년(32조9189억원)보다는 적다. 직전 3년간 역성장한 것을 되돌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2023년 기준 북한의 국민총소득(명목 GNI)은 40조9000억원으로, 한국(2443조3000억원)의 약 60분의 1에 그친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158만9000원으로 4724만8000원인 한국의 30분의 1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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