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투자를 할 때 인출 전략을 잘 세우는 건 적립만큼 중요합니다. 그게 안 되면 '포모(성장주 상승에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나 'TLL(연금 고갈에 대한 두려움) 증후군'에 시달리다가 자칫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사진)은 10일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 2024' 둘째 날 강연 '인출의 시대와 커버드콜 혁명'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워런 버핏 등 전문가들이 지금까지 투자하는 방법만 알려줬지, 인출을 어떻게 하는지는 말한 적이 없다"며 "인출 문제의 중요성이 과소 평가돼 있다"고 했다. 그는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가 곧 은퇴 시점을 맞고, 이들에게는 현금 흐름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라며 "인출 문제의 중요성이 곧 사회적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커버드콜 ETF는 주식, 채권 등을 담되 이들 자산의 가격 상승에 대한 콜옵션(가격이 일정 지점에 도달했을 때 해당 기초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는 파생상품을 말한다.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대신 콜옵션 판매로 프리미엄(수수료)을 얻어 이를 이 상품 보유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최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분야다.
이 본부장은 "배당주로 연금 자산을 잘 적립한 뒤 은퇴한 사람이 성장주 장세를 경험하면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바람직한지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십상"이라며 "성장주가 오르는 것만큼 배당주는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런 의문은 포모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금 흐름을 얻기 위해 적립한 자산을 매도해야 하는 포트폴리오를 가진 사람은 TLL 증후군에 시달릴 수 있다"고 했다.
TLL 증후군은 미국 작가 O.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The Last Leaf)의 머리글자를 따서 이 본부장이 직접 만든 말이다. 은퇴자가 자신의 연금 자산이 줄어드는 것을 보며 고갈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
이 본부장은 "최근 나온 커버드콜 ETF들은 콜옵션을 기초자산 전체에 대해 매도하지 않고 일부분에 대해서만 매도하도록 설계됐다"며 "이런 상품은 기초자산으로 성장주를 편입하고, 주가가 오르면 콜옵션을 매도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가격 상승분을 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유형의 상품은 포모를 피하면서도 꾸준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커버드콜 ETF는 기초자산을 매도하는 게 아닌, 옵션을 매도해서 현금 흐름을 얻는다는 점도 중요하다"며 "이렇게 하면 최초에 매수했던 자산을 팔아서 배당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TLL 증후군도 겪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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