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세대[김홍유의 산업의 窓]

입력 2024-09-25 11:04   수정 2024-09-25 11:05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총취업자는 전년 동기에 비해 17만2000명이 증가하여 고용률이 개선되고 실업률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60세 이상 고령자는 27만8000명이 증가한 반면 청년층인 20대는 12만7000명이나 감소했다. 저출생, 고령화 시대 고령자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고 좋은 일이지만 반면에 20대 청년 취업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더욱더 심각한 것은 취업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층이 점점 증가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청년층(15~29세)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4만2000명 늘어난 44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팬데믹 때를 넘어서며 같은 달 기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40만2000명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청년층 인구는 줄어드는데 반해 쉬는 청년은 늘면서 그 비중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는 20대 후반을 중심으로 늘고 있으며, 특히 최근 1년 이내 일을 하거나 구직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단기 비경제활동인구 비중이 크다는 것이 분석 핵심이다. 결국 청년·고학력자 중심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는 결국 양질의 일자리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학력자 중심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는 저학력자에 비해 고학력자의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한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년째 누적된 청년 취업난에 코로나발 고용 충격이 겹친 탓에 현재 청년층의 일자리 사정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 이를 반증하듯이 청년층 체감실업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위기와 잘못된 청년 일자리 정책으로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가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우리보다 앞선 일본은 거품경제가 꺼진 1993∼2005년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지 못한 1970년대생이 잃어버린 세대로 불리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청년들의 실업은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장기 실업의 후유증으로 비혼세대가 증가하고 급격한 출산율 하락, 비정규직 증가 등으로 국가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일자리 문제는 결국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이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고 정부도 이를 알기에 기업에 투자를 요청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거듭 읍소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투자 환경이 잘 갖추어지지 못하다 보니 기업들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청년들의 일자리 관련하여 현장에서 지켜본 결과 아주 간단해 보이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시대에 맞지 않는 탈원전과 같은 정책으로 멀쩡한 일자리마저 줄여놓고 혈세로 보전해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다시 말하지만 기업이다.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투자 활동을 통해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도록 각종 규제와 관련 세법들을 정비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상책이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는 것이 탈이 없다. 과거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 사는 우리 청년 실업 문제를 비롯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체 고용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 고용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해결되기 어렵다. 현 정부는 더 이상 보여주기식의 정책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 특히 노노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일자리는 더더욱 안 된다. 일자리에는 내 편, 네 편이 없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렸기 때문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벗어나 현장을 잘 아는 연기파 배우와 국민의 마음에 기초한 시나리오, 그리고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의 무대로 해결되어야 한다. 사회가 모든 역량을 모아 청년 일자리를 비롯한 고용 환경 문제 해결 방법에 머리를 맞대고 찾아내야 한다. 대한민국의 잃어버린 세대가 없기를 희망하면 말이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한국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 전 한국취업진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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