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전세사기가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시민단체와 학계가 방지 대책을 내놨다. 임차권 등기도 의무화하자는 주장이다.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11일 서울 동숭동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해소를 위한 제도 임차권설정등기 의무화 방안’을 발표했다. 전세사기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에 시민단체와 학계가 선제적으로 대안을 제시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4227억원(1996건)으로 집계됐다. 6월(3366억원)에 비해 25.58% 증가한 수치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임차권설정등기 의무화가 현행 전세 제도를 보완하고 사기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천일 강남대 부동산건설학부 교수는 "임차권등기설정이 의무화되면 부동산등기로 임차권 관련 정보들이 모두 모여 세입자들이 '깡통전세' 매물을 확인하기 쉬워진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임차권과 관련한 정보들이 부동산등기부, 주민등록지, 확정일자부로 흩어져 있어 세입자들이 위험한 '깡통전세' 매물을 확인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80% 넘는 집을 전세사기 위험이 있는 '깡통전세'로 보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경실련의 대책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안상미 전국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대책위 공동위원장도 "'임차권 설정 등기 의무화'는 매매, 전월세 계약, 경매, 대출 등의 모든 상황에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이날 추가로 진행된 8.8대책에 대한 공개질의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세사기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 부족도 꼬집었다. 공개질의 결과 정부가 최근 집값 상승의 이유 중 하나로 전세사기를 공식 지목했지만 관련 대책 마련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전세사기 문제가 세입자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것도 모자라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면서도 정부는 근본적인 전세사기 예방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임차권설정 등기 의무화, 임대인의 반환보증보험 의무가입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전세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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