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의료 체계가 무너졌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의정 갈등의 돌파구로 제안된 '여야의정 협의체'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025년도 의대 정원까지 논의할 수 있다며 의료계 참여를 촉구했지만, 의료계의 동참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동작구 중앙대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아 '여야의정 협의체'에 관해 "서로 불신을 걷어내고 많이 참여해서 지혜를 모으고 엉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재차 동참을 촉구했다.
추 원내대표는 다만 2025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 요구에 대해선 "재조정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다. 수시 접수가 시작돼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대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2026년도 정원은 원점에서 재논의할 수 있다"며 "의료계에서도 빨리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함께하면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 역시 전날 "여야의정 모두가 조건 없이 신속하게 협의체를 출범시켜야 한다"며 의료계 동참을 호소한 바 있다. 그는 "협의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실한 마음으로 모이는 곳이다. 어떤 전제조건을 걸어 그 출범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면서 내년도 의대 증원 재조정도 의제로 올릴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런데도 의료계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체 참여 요청 공문을 받은 단체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빅5' 병원인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이다. 이들 단체 중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이날 '이르면 12일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한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의협이 국민의힘 분들과 만나기로 한 적이 전혀 없다. 명백한 오보"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한편,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12일 국회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위한 고위당정협의회를 연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답이 없어 의료체계 관련 고위당정협의회를 하려고 한다"며 "추석 전에 출범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정부도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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