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코스피지수는 0.4% 하락한 2513.37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1조49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순매도세는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 주식을 9060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이날 삼성전자는 1.96% 하락한 6만4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6만42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삼성전자는 최근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불붙은 ‘인공지능(AI) 시장 고점론’, 가시화하는 반도체 업황 둔화, 반도체 업황 호황 시기와 맞물리지 못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시점 등이 삼성전자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이날 미국 정부가 HBM의 중국 수출 규제까지 시사해 외국인의 순매도세를 부채질했다. 10일(현지시간)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생산하는 HBM은 미국과 동맹국에만 공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하고 있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만원에서 9만6000원으로 30% 내렸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23%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1.09% 상승한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의 하락폭이 큰 것은 외국인 수급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해 기준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 잔액은 아직 5조2000억원가량 남아 있다. 팔아치울 물량이 많이 남았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매수한 물량을 대부분 던졌다.
이날 나카가와 준코 일본은행(BOJ) 심의위원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엔·달러 환율이 장중 141엔 초반대까지 내리며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점도 증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저리의 엔화를 빌려 고가치 자산에 투자) 청산 우려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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