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장충동 주택가. 언덕을 한참 올라 가정집 골목을 걷다 보니 예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저택에 걸린 스타벅스 간판이 눈에 띄었다. 나무로 된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자 은은한 커피 향이 코를 찔렀다. 가정집에 방문한 듯 복도를 따라 내부 좌석에 착석하니 통창 너머로 야외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어 계단으로 한층 더 올라가자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커피를 파는 판매대 옆 가지런히 진열된 술병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텐더들이 칵테일을 제조한 뒤 마시는 방법을 설명하는 모습은 칵테일바를 연상케 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 건물을 활용한 이곳은 1960년대 지어진 저택을 그대로 활용해 만든 스타벅스 리저브 ‘장충라운지R점’이다. 스타벅스가 국내에 리저브 매장을 도입한 지 10주년을 맞아 선보인 공간이다. 스타벅스는 이 공간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스타벅스 특유의 스타일을 녹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가정집 내부 구조를 살려 편히 머물 수 있는 좌석을 여러 개 마련했고 현대적인 전시품을 곳곳에 걸었다.
매장 내부 공간은 넓게 조성됐다. 지하 1층과 지상 1·2층, 테라스 등에 180여석이 마련됐다. 지상 1·2층은 ‘라운지’와 ‘뮤직룸’ 등 독립된 7개의 방 공간으로 각각 꾸며졌다. 1층과 연결된 야외 정원에는 좌석 40석을 설치해 주택가 사이에서 커피를 마시는 느낌을 살렸다.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긴 초인종과 벽난로, 계단, 조명 등 인테리어도 옛 주택 분위기를 더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1960~80년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매장 콘셉트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공간에서는 해외 스타벅스 매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던 ‘믹솔로지 바’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이 특징. 믹솔로지 바는 매장 내 별도로 마련된 공간으로 칵테일 등 주류 제공 서비스다. 믹솔로지는 소비자가 개인 취향에 맞게 술과 음료·시럽·과일 등 여러 재료를 섞어 마시는 것을 말한다. 최근 20~30대 소비자들 사이 믹솔로지가 하나의 트렌드이자 음주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을 고려해 이런 공간을 선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문 전 신분증을 제출해야 하는 국내 스타벅스는 장충라운지R점이 유일하다. 믹솔로지 바에서는 스타벅스의 대표 커피 메뉴인 에스프레소와 라떼, 콜드브루를 칵테일 음료로 개발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에스프레소 마티니'와 '라떼 위스키 마티니' 등 4종을 포함해 총 11종이다. 믹솔로지 음료를 알코올 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도 있다. ‘화이트 모스카토 상그리아’, ‘딸기 레몬 보드카 블렌디드’ 메뉴에서 옵션을 선택하면 된다.
스타벅스는 본격적으로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리저브 매장을 재정비한다.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더제주송당파크R점’과 ‘더북한강R점’에 이어 이번에 개점하는 장충라운지R점을 통해 프리미엄 커피를 즐기는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특화 매장을 앞세운 스타벅스의 전략을 주목하고 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공간 혁신’이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장충라운지R점에서 리저브 전용 매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화 음료도 소개한다. 이 공간에선 ‘에스프레소 플라이트’라는 메뉴가 최초 공개된다. 이 메뉴는 스타벅스 리저브 에스프레소 샷에 초콜릿 파우더와 프렌치 바닐라 크림, 제주팔삭 셔벗을 곁들인 음료다. 이외에도 회사는 기존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서 즐길 수 있던 음료를 지속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믹솔로지 바를 새롭게 선보인 만큼 페어링하기 좋은 푸드 카테고리 12종도 새롭게 출시한다. 믹솔로지 바 콘셉트의 신규 상품으로는 ‘SS 스웰 라운지 아이스버킷 2L’와 ‘SS 스웰 라운지 쉐이커 텀블러 세트 530mL’ 및 바 웨어 전문 브랜드 리델과 협업한 크리스탈 글라스 2종 등 7종의 MD를 선보인다.
장충라운지R점은 내일(오는 12일) 일반 소비자들에게 공개된다. 홍성욱 스타벅스 점포개발담당은 “장충라운지R점은 국내 리저브 도입 10주년을 맞이해 준비한 매장으로 고객분들께서 스타벅스의 커피 헤리티지를 즐기실 수 있기를 바라며 기획했다”며 “스타벅스는 앞으로도 다양한 콘셉트를 담은 매장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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