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40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바닥을 기던 한국전력 주가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경기 방어주 성격이 부각되고 전기요금 인상 기대감까지 반영되면서 외인과 기관이 연일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전은 0.69% 오른 2만1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 달 간 주가가 14.2% 급등했다. 같은 기간 증시가 크게 흔들리면서 코스피 지수가 4.01%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한 달 간 기관은 이 종목을 1531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동안 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 3위다. 한국 주식을 집중 매도하고 있는 외국인도 한전 주식은 409억원 사들였다.
한전 주가 상승은 유가와 환율 하락, 요금 인상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유가와 원·달러 환율 하락은 시차를 두고 한전의 연료비와 전력구입비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하면 연간 2900억원, 환율이 달러당 10원 하락하면 2400억원의 비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 초 배럴당 86달러 가량이던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70달러선으로 하락했다.
미뤄지던 전기요금 인상도 임박했다는 예상이 나온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폭염이 끝나면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2021~2023년 약 43조원의 적자를 낸 한전의 재무상황이 올해 7조4000억원, 내년 9조2400억원, 2026년 10조1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점차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전은 누적된 적자와 주주환원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5년 만에 현지 기업설명(IR)에도 나선다.
한전은 13일까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서 뱅가드, 실체스터인터내셔널인베스터스 등 주요 주주와 면담한다.
박한신/이슬기 기자 ph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