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현 정부가 美 경제 파괴"…해리스 "억만장자 위한 감세 안돼"

입력 2024-09-11 17:55   수정 2024-09-12 02:13


“가장 나쁜 방식으로 ‘트럼프의 밤’이었다.”(폴리티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미끼를 던지는 족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물었다.”(CNN)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첫 대선 TV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주요 외신은 물론 유권자들도 해리스 부통령이 토론을 주도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6월 27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간 토론과 정반대 양상이었다.
○악수로 시작해 악수 없이 끝나

두 후보는 경제, 낙태 등 주요 이슈에서 첨예하게 맞붙었다. 악수와 함께 토론을 시작했지만 끝날 때는 악수 없이 무대를 떠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물가를 들어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과 미국 경제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정책이 “전 국민 판매세”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이는 억만장자를 위한 감세 비용을 중산층이 부담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정책과 생각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대선 때 밝힌 입장과 달리 셰일가스를 시추하는 기술의 일종인 수압 파쇄법(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가 선거에서 이기면 펜실베이니아의 프래킹은 (취임) 첫날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는 대중국 정책을 두고도 맞붙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중국에 미국산 반도체를 판매해 “우리를 팔아넘겼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이 구매한 반도체는 대만산이라며 “미국은 (대중 수출용) 반도체를 거의 만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낙태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헌법 권리로 보호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덕분에 모두가 원한 대로 주(州)별로 낙태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통령이 되면 낙태권을 연방정부 차원에서 보호하는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며 “자기 몸에 관한 결정을 내릴 자유를 정부가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민감한 주제 회피한 후보들

해리스 부통령은 약 100분간 이어진 토론에서 트럼프 발언에 대해 “늘 똑같고 오래되고 지루한 각본”이라는 표현을 세 차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네 차례 사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감한 주제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에 대해 질문을 받자 “나와 관련이 없다”며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사태의 책임자”라고 반복해 말했다. 그러자 사회자가 “이 질문은 펠로시에 대한 것이 아니다”고 제지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기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는 “전쟁이 끝나길 바란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해리스 부통령도 민감한 질문에 여러 번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정치평론가 데릭 헌터는 해리스 부통령이 “국경 문제 대응책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고 자신이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시절에 어떤 일을 했는지 경험을 늘어놓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추가 토론 제안
해리스 부통령은 토론이 끝난 뒤 환호하는 지지자들과 만나 “여전히 민주당이 열세(underdog)”라고 강조하면서도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통상 후보가 직접 찾지 않는 미디어 존(스핀룸)에 들어와 “내 역대 최고의 토론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기세가 오른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 전에 추가 토론을 하자고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제안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오는 10월 1일에는 양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주지사와 J 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이 토론한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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