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대부업체 4300곳 퇴출…악질 추심땐 원금·이자 무효 추진

입력 2024-09-11 18:02   수정 2024-09-12 01:46

정부가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해 대부업 등록 요건을 강화한다. 최고 금리 위반 등 불법 대부 행위 처벌 수위도 크게 높인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11일 국회에서 ‘금융 취약계층 보호 및 불법 사금융 근절 대책’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대부업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불법 대부업을 뿌리 뽑고 대부업 시장을 건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영세 대부업자 난립을 막기 위해 대부업자의 등록 요건부터 대폭 강화한다.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는 대부업자의 자기자본 요건을 개인사업자는 기존 1000만원에서 1억원, 법인사업자는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적격 대부업자는 퇴출시킬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시·도지사에게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대부업자의 직권말소 권한을 부여한다. 요건이 상향되면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 4300여 곳이 등록 취소될 전망이다. 현재 등록된 대부업체는 8597개며 88%(7628개)가 지자체 등록 업체다. 지자체 대부업체의 16%는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23%는 대부잔액이 전혀 없는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별도의 규제 유예 기간은 둘 예정”이라고 했다.

‘쪼개기 등록’을 막기 위해 대부업체 대표의 다른 대부업체 임직원 겸직도 제한하기로 했다. 온라인 대부중개사이트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등록기관을 현행 지자체에서 금융위로 변경하기로 했다.

불법 대부 행위의 처벌·제재 수준도 높인다. 미등록 대부업은 징역 5년에 현행 최대 벌금 5000만원을 부과하는 데서 2억원까지 벌금을 올리기로 했다. 최고 금리 위반도 징역 3년, 벌금 3000만원에서 징역 5년, 벌금 2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범죄 수익을 박탈하기 위해 성 착취 추심, 인신매매·신체상해, 폭행·협박 등을 원인으로 체결된 반사회적 대부계약의 원금과 이자를 무효로 하는 근거도 마련한다. 또 불법사금융 목적의 개인정보 제공·유통 등에 대해 처벌 조항을 도입해 정보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경기 침체 여파 등으로 불법 사금융 피해가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는 1만2884건으로 전년 대비 24.5% 증가했다. 조달 금리 상승으로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자금 공급이 위축되면서 불법사금융 유입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대부업체가 일시에 퇴출되면 서민 자금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당국은 우수 대부업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위에 등록한 대부업자의 실적이 우수할 경우 총자산한도를 현행 자본금 10배에서 12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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