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기보다 사업주가 안전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11일 한국경제신문·법무법인 화우와 ‘중대재해처벌법, 규제와 처벌만이 해법인가’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사업주의 형사 책임은 낮추면서 사전 예방은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는 “산업재해는 사업주와 노동자 모두에게 슬픈 일이지만, 감정에 치우쳐 법을 만들다 보니 정작 사고를 줄이는 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산업재해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늘었으며, 그중에서도 ‘화재·폭발·파열’ 사고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우 의원은 “현장의 위험성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가장 잘 안다”며 “잘못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 못지않게 스스로 안전장치를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고, 잘한 기업엔 ‘당근’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배터리업계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비츠로셀의 이정도 공장장(전무)이 재해 예방 활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6월 화재 사고로 23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아리셀처럼 1차전지를 만드는 이 회사는 2017년 4월 대형 화재 사고를 딛고 부활해 국내 1차전지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비츠로셀은 공장 설계 시점부터 원자력발전소 수준의 내진 시스템을 적용해 안전에 최우선을 뒀다. 공장 설비를 여러 건물로 나누고, 작업자들은 1층에서만 일하게 해 화재 시 대피가 쉽도록 했다.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은 사업주 간 네트워크와 정보 공유가 활발하기 때문에 기업 이익에 도움이 될 인센티브라면 사업주들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사업주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재정 지원과 규제 수준 차등화, 정부 입찰 시 실질적 평가 가점 등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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