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뒤집어 보기로 했다”…캐즘 절박감에 ‘전격 복귀’한 이동채 [안옥희의 CEO 리포트]

입력 2024-09-25 08:17   수정 2024-09-25 08:18

[안옥희의 CEO 리포트]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이 올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경영에 전격 복귀했다. 그의 복귀를 계기로 그간 멈췄던 경영시계가 빠르게 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에코프로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최근 에코프로 이사회를 거쳐 상임고문에 선임돼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미공개 정보를 통해 차명 계좌로 주식을 샀다가 파는 방식으로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돼 징역 2년형을 확정받고 복역하다가 광복절 사면으로 풀려났다.

현재 경영진이 2차전지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그룹은 지난 1년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와 완성차 업체들의 저가 중국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선호 현상이 맞물려 실적이 악화했다. 지주사 에코프로는 올해 2분기 영업손실 5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고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은 2분기 영업이익이 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6% 감소했다.

전구체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영업손실이 3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여기에 창업자인 이 전 회장의 경영 공백 리스크로 리더십 부재가 1년간 이어지며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사업 전략 수정, 투자 속도조절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 전 회장의 복귀로 오너의 선제적인 의사결정과 빠른 판단이 가능해진 만큼 경영 공백 리스크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회장은 경영 복귀 첫 행보로 ‘가격 파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 전구체 생산기업 거린메이(GEM)와 손잡고 인도네시아에 양극소재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배터리 소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9월 초 쉬카이화 GEM 회장과 오창 본사에서 회동해 관련 내용을 협의하는 등 사업을 직접 챙겼다. 양사는 GEM이 보유한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공장 ‘그린에코니켈’ 사업을 통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제련업 진출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부합하는 니켈 자원 확보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 전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배터리 시장이 왜 이렇게 됐을까, 우리의 앞길은 무엇인가 생각해봤는데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며 “그래서 세상을 뒤엎어 보자고 결심했다. 지금처럼 하다가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K배터리가 주력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의 삼원계는 중국이 선도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밀리면서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고 봤다. 2~3년 전만 해도 전기차의 모든 배터리는 삼원계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너도나도 증설 경쟁에 나서 과잉 투자를 해왔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또한 과잉 캐파가 캐즘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과잉 캐파로 인한 캐즘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고 에코프로도 현재에 안주하다가는 3~4년 뒤에는 사라질 수 있다”면서 이 전 회장이 꺼내든 회심의 카드가 GEM과 통합 얼라이언스 구축이었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정도로 LFP가 삼원계에 비해 2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회장이 찾은 캐즘 극복의 열쇠는 가격경쟁력 확보다. GEM과의 협력으로 니켈을 저렴하게 공급받고 기술 경쟁력을 더해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 전 회장은 “GEM과의 통합 밸류체인이 배터리 캐즘을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에 복귀한 이 전 회장의 앞에는 과제도 놓여 있다. 총수로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액의 부당 이익을 얻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던 만큼 실적으로써 리더십을 증명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총수인 이동채 전 회장의 구속 사태로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가 훼손된 만큼 새로운 성장 전략과 강력한 실행력, 경영 투명성 확보 등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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