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에게 "XX 뽑아, XX"…과기한림원 부원장 '갑질' 의혹

입력 2024-09-12 06:58   수정 2024-09-12 07:11


예산 86억 중 정부로부터 약 69억원을 지원받는 과학기술계 석학단체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상근 책임자인 이창희 총괄부원장이 직원들에게 성희롱, 갑질을 자행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연합뉴스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이 과기한림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총괄부원장은 재임 기간인 2022년 3월부터 최근까지 직원들에게 성희롱, 사적 심부름, 강요 등을 반복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이 지난달 고용노동부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에 따르면 이 총괄부원장은 지난 4월 한림원 회관 복도에서 남직원 A씨의 주요 부위에 자신의 손을 가까이 대고 쥐는 모양을 취하면서 성희롱했다. 또 지난해 5월 신규 직원 채용 당시 인사업무와 무관한 여직원 B씨에게 "고추 뽑아. 고추"라고 여러 차례 공개 장소에서 발언했다. 이는 남성을 뽑으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 총괄부원장은 채용 결과 남성이 아닌 여성이 입사하게 되자, 여러 직원과 점심 중 불만을 토로하며 성 차별성 발언도 했다. 그는 "남자(요리사)만 일하고 여자(계산원)는 일 안 하잖아. 힘든 일은 남자들이 다 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이 총괄부원장은 A씨에게 근무 시간 중 개인 병원 진료를 위한 이동과 자택 귀가 등을 관용차로 해 달라고 했고, 개인 자가용 수리,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등 개인 업무도 지시했다. A씨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결국 지난 4월 공황발작 증세가 발생해 병원 진료를 받았고, 1개월간 휴직에 들어갔다.

마찬가지로 공황장애로 병원에서 휴직을 권유해 지난달 병가를 신청한 C씨의 사례도 알려졌다. 이 총괄부원장은 C씨에게는 부당 업무 강요, 폭언 등을 일삼았으며 이견을 냈다는 이유로 강등 조치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C씨가 병가를 신청하자 이 총괄부원장은 '업무도 없는데 무슨 스트레스냐'고 발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총괄부원장은 "평소 직원들과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소 직원들에게 듣기 불편한 언행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언행으로 직원들에게 피해를 준 일이 있다면 사과하고 싶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과기한림원은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투명한 관리가 필수인 공익법인임에도 과기정통부 국장 1인을 제외한 이사, 감사 모두를 내부 회원으로만 구성하고, 실질적인 감사가 없는 등 정상적인 관리 감독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림원은 최근 원장과 총괄부원장 등이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회의와 출장을 부풀려 골프, 관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과기정통부과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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