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구역에 투자할 때 고려해야 할 건 지역보다 사업 단계입니다. 재건축 사업성은 앞으로 더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재건축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관건은 분담금”이라며 “서울이면 다 좋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따르면 진행 중인 재건축 사업(이전고시, 조합청산 단지 제외)은 222건이 있다. 김 소장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뛰며 ‘평균 분담금 5억원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에서 재건축 단지 중 조합원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라고 진단한 이유다.
그는 “사업성이 좋은 지역 중 목동 정도를 제외하면 조합 설립까지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며 “재개발도 노량진뉴타운이나 북아현 등 조합원 추정 분양가가 10억원에 이르는 곳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동작구 노량진6구역에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다세대주택이 약 10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선도지구 지정을 앞두고 재정비 추진이 활발한 1기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김 소장은 주목해야 할 지역으로 경기 성남 분당과 안양 평촌 일부 단지를 꼽았다. 중동과 산본 등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앞으로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현상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담금이 5억원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는 재건축을 기다리는 대신 새 아파트로 이사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새 아파트 희소성 때문에 신축 가격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며 “신축과 구축 간 격차가 커져 5억원을 더 내도 새 아파트를 구하지 못할 때가 돼야 재건축이 탄력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고점을 뚫지 못한 단지나 준신축 단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대문구, 서대문구, 동작구 등에선 신축 가격이 아직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단지가 많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부담된다면 경기도 내 택지개발지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김 소장은 “가격이 저렴한 단지와 저평가된 단지를 구별해야 한다”며 “오산과 평택 등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분양가가 가장 싼 시기”라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전문가인 김 소장은 오는 27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리는 ‘집코노미 박람회 2024’에서 ‘실패하지 않는 재건축 옥석 가리는 법’이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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