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을 사칭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수십억원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콜센터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 대다수는 20~30대로 취업을 하지 못한 후 중국으로 넘어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홍완희)은 12일 범죄단체조직 및 활동, 특정경제법위반(사기) 등 혐의로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 총책 A씨(27) 등 10명을 입건해 이 중 7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검찰, 금융감독원 등 수사 기관을 사칭해 피해자 106명으로부터 약 46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9년께 중국 친황다오 소재 콜센터 말단 상담원으로 보이스피싱 범행에 처음으로 가담했다. 중국 다롄, 칭다오 등 여러 지역 콜센터 조직을 거쳐 한국인 팀장으로 근무 후 콜센터 운영 방법을 학습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콜센터 조직원을 영입해 지난 2월 중국 싼야에 자체 콜센터를 조직했다.
이들은 검찰수사관, 검사나 금융감독원 등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식으로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콜센터 조직원이 검찰 수사관을 사칭해 ‘계좌가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설명한 뒤, 검사를 사칭한 다른 조직원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될 것이니 금감원의 지시를 따르라"고 2차로 속이는 식이었다.
이후 또 다른 조직원이 "대출 실행이 가능한지 확인할 테니 대출금과 자산을 직원에게 건네라"는 식으로 세 차례 걸쳐서 피해자들을 기망하는 방식을 썼다. 이들은 피해자로부터 피해금을 현금 수거책에게 주게 하거나, 대포통장으로 송금받는 식으로 돈을 편취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던 다수의 청년이 중국에서 장기간 불법체류 상태로 여러 콜센터를 옮겨 다니며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했다"면서 "그 중 일부는 독립하여 자신의 콜센터를 새로 조직해 다수의 중소규모 콜센터가 난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