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사고가 나면 일부 운전자들이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지만 정작 조사해보면 차량 결함이나 급발진 사례로 밝혀진 경우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급발진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고기록장치(EDR)'는 전 세계에서 수만건 이상의 교통사고 분석에 활용하는 법적 신뢰성을 확보한 장치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12일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를 개최했다.
강남훈 KAMA 회장은 "의도치 않은 급가속 현상이 인명사고로 이어져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이에 따라 국민들의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설명회가 제동장치 작동 원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ED과 교통사고 조사절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아 향후 급발진 의심 사고 예방에 더욱 힘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설명회에선 △EDR △브레이크 시스템 △급발진 의심사고 분석절차 △경찰청의 공학적 교통사고 조사 및 사례를 주제로 전문가들 발표가 이어졌다.
최영석 한라대학교 교수는 EDR 주제 발표자로 나서 "EDR은 교통 사고를 분석하기 위한 장치로 해상도가 충분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가속페달 작동, 엔진 회전수, 브레이크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일부 급발진 주장 사례에서 EDR마저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 그러나 실제로는 EDR은 차량의 충돌 및 각종 안전장치의 성능평가에 활용하거나 사고발생 시 기록된 데이터를 통해 사고 상황을 재현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최 교수는 "최근 EDR 데이터 분석도를 높이기 위해 저장하는 데이터 항목을 추가하는 기준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최신 차량은 각종 제어 장치로 인해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운전자 오조작 가능성이 높아져 이를 방지하기 위한 오조작 방지 장치 기술 개발 혹은 운전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브레이크 시스템'과 관련해 자동차의 제동력은 차량 중량 및 속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보다 더 크게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을 통해 제동 신호와 가속 신호를 동시에 보낼 때 제동 신호를 우선하게 돼 있어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자동차는 무조건 속도가 감소 및 정차한다"고 부연했다.
급발진 의심 사고 시 나타나는 흔적 및 육안검사 등 분석 기법을 소개한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는 "급발진 의심 현상은 가속케이블 고착, 플로어매트 간섭, 엔진오일의 흡기 유입 등의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운전 경력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으며 대부분 휴먼 에러(Human Error)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조민제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경찰청은 2017년부터 ‘교통사고 공학분석’이라는 업무 프로세스를 교통사고 조사·분석에 도입했고 경찰에 접수된 사건을 중심으로 EDR 분석과 차량 충돌 시뮬레이션 분석, 영상분석, 거짓말 탐지기 분석을 시행해교통사고의 실체적 원인을 밝혀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모든 교통사고는 경찰로 접수되고 해당 사건 중 급발진 등 사회적 이슈가 있거나 대형 사고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도로교통공단으로 이관돼 더욱 정밀한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는 시민들 불안감 해소를 위해 운전자 실수 방지 목적의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비상 자동제동장치 등 신기술을 개발해 신속하게 적용하고 있다.
올해 11월 국제기준 제정을 목표로 논의 중인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는 미리 적용해 소형 전기차에 장착해 출시했다. 비상 자동제동장치의 경우 현재 승용·승합·화물차에 모두 설치가 의무화돼 있으며 감지 대상을 차량뿐 아니라 보행자, 자전거 등도 감지할 수 있는 기능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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